고객에게 주식투자 자금을 과도하게 빌려준 증권사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신용융자잔액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데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공여잔액이 자율규제 한도(자기자본의 60%)를 넘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용공여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빌려준 신용융자에 유가증권 담보대출인 담보융자까지 합한 것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20일 5조4547억원으로 5일 이후 12거래일째 증가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솟던 2007년 8월1일(5조5045억원) 이후 최대치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가 4조444억원,코스닥시장이 1조4103억원을 차지했다.

신용융자는 올 들어 1조718억원 증가하는 등 증시 상승과 함께 꾸준히 불어났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인해 신용융자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영업점포를 통해 하루 평균 50억원 이상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신용공여 잔액이 한도인 자기자본의 60%에 근접하고 있다.

금융투자업 규정에는 자기자본의 100%까지를 한도로 하고 있으나 2007년 말 업계 자율 결의로 자기자본의 60%(온라인 증권사 100%)까지로 제한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6월 말 기준 신용공여한도는 7180억원으로 최근에 6500억원까지 증가했다"며 "남아있는 공여한도가 600억~7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보증권(700억원), 한화증권(750억원) 등도 신용공여한도를 수백억원 정도만 남겨두고 있다. 반면 삼성 우리 현대 등 대형 증권사들은 아직 수천억원씩 여유가 있다.

최근 신용거래 증가에 대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증권사의 리스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종목별로 상장주식수에서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 비율인 신용융자잔액률이 높아지고 있어 주가 급락 시 반대매매로 주가가 추가 하락,투자 손실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솔홈데코 광명전기 배명금속 동양철관 삼화콘덴서 등은 지난 20일 기준 신용융자잔액률이 7%를 웃돌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2007년 6월 신용융자잔액만 7조원을 넘은 적도 있어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증권사별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