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미해결 이슈가 많아 기업들의 불안과 불만이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 · 건설업계는 기존 안대로 시행되면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를 상대로 막바지 기준 개정작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조선 · 건설 "한국적 특수성 고려 절실"

IFRS 도입이 다가올수록 다급해지는 곳이 조선과 건설사들이다. 조선사들은 외화로 수주하고 대금은 3~5년 뒤 선박을 인도할 때 받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제표 왜곡이 심하다.

따라서 환변동 위험을 제거한 '위험회피회계'를 도입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조선업계는 연초부터 회계기준 규정 개정을 적극 요청해 지난 7월 관련 기준의 부분개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이 역시 기업 실체와 상관없이 장부상으로만 부채비율이 급변하는 단점이 있어 차감(LP) 방식을 채택토록 추가 개정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세영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LP방식을 통해 환율이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0)로 만들어야 환변동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도 '수익인식 시점' 규정 변경에 나섰다. IFRS에서 수익인식 시점을 공사 완공 후로 정한 탓에 '선분양' 관행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현재 회계기준에 대한 반대의견을 지난 8월 초 IASB 측에 설명한 데 이어,이달 20일에는 반대입장을 문서로 공식 접수시켰다.

◆"회계 총괄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연결재무제표와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이슈도 많다. 건설업계는 시행사와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시행사들이 사실상 건설사 자회사처럼 기능하고 있어 어지간하면 연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시행사는 지분관계가 없는 데다 연결 시 건설사의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를 어디까지 연결할지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IFRS를 조기 도입한 삼성전자 LG전자는 지분율이 50%(의무 연결대상)에 못 미치는 계열사는 연결에서 빼고 있지만,사실상 지배하기 때문에 연결 대상이란 논란이 여전하다.

충당부채 반영도 논란거리다. 충당부채는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고 피해액도 추정가능한 의무를 말한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부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때만 반영'토록 해 소송의 경우 패소확률이 80% 이상이면 인식하고 있다.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실장은 "IFRS에서는 발생가능성이 50%만 초과하면 충당부채로 계상토록 해 소송이 많은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안이 많지만 민간에서 각개전투식으로 나설뿐 정부 차원의 노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연초 런던 IASB를 방문했을 때 회의실 옆방에서 한참을 대기하다 겨우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며 "LP방식 도입도 업계가 앞장서다 보니 버겁다"고 덧붙였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룰 제정권을 넘겨준 만큼 우리 목소리와 요구를 반영해 내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계제도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심의기구여서 업계나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기는 힘들다"며 "문제를 총괄하는 정부 차원의 회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