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나가라", 어민들 "못 나가"

새만금 방수제 공사를 앞두고 바닷물을 빼내야 하지만 어민들이 어업 보상 등을 요구하며 대치해 공사 차질과 함께 자칫 충돌도 우려된다.

20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새만금사업단은 농지개발 등을 위해 2015년까지 7천여억원을 들여 간척지의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담수호와 간척지 사이에 70여㎞의 둑을 쌓고 교량과 배수문을 설치하는 방수제 공사를 지난 7월에 시작했다.

사업단은 본격적인 방수제 공사를 위해 이달 25일부터 11월6일까지 하루 20㎝ 안팎씩 수위를 낮춰 평균 수면보다 총 1.6m를 낮게 만들 계획이다.

물이 빠지면 새만금 내측에서 조업하는 군산과 부안, 김제지역의 어선 900여척(무허가 400여척 포함)의 어선은 방조제 외곽인 인근 가력도와 신시도, 비응도 방면으로 이동해야 한다.

수위가 1.6m 내려가면 어선의 항해나 정박이 어려워 전복 위험이 크고 방수제 공사에 투입되는 각종 선박이나 장비와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단은 어민들에게 신속한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은 원활한 조업을 위한 대체어항이 충분하지 않고 요즘 한창인 전어잡이 등 조업을 이유로 이동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무허가어선 선주들은 합법어선으로 인정하고서 감척에 따른 보상(5천만원 안팎)을 요구하며 이동을 전면 거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 어민은 새만금 공사로 어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폐어선 중 보상을 받지 못한 400여척의 무허가 어선을 정부가 현 시세로 보상해줄 것을 사업단과 정부 측에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을 빼내기 시작하는 25일부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일지를 놓고 항ㆍ포구별로 의견수렴에 나서는 등 집단 대응할 계획이다.

이처럼 사업단이 예정대로 물빼기를 강행하고 어민들이 해상시위로 저지한다면 공사 지연과 함께 자칫 해상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새만금사업단 조인현 단장은 "방수제 공사 지연은 새만금 전체사업의 차질로 이어진다"면서 "새만금사업과 함께 이미 어업보상을 끝냈으며 최근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어선 감척 사업도 추진한 만큼 원활한 공사를 위해 내측 어선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보상 한 푼 받지 못한 채 생계의 터전을 떠날 수 없는 만큼 내측 어선들을 추가로 감척 사업 대상에 포함해달라"며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