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호진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에 이어 태광그룹을 세무조사했던 국세청 조사4국까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함에 따라 ‘태광 수사’가 국세청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18일 국세청 조사 4국에 수사관들 보내 태광그룹의 과세자료와 세무조사 문건 등을 확보했다.검찰 관계자는 “태광그룹의 과세자료를 봐야 탈세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국세청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검찰은 국세청이 2007년 국세청이 태광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과정도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도 검찰의 예고없는 영장 제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세청은 “검찰 수사관이 영장을 제시해 자료협조를 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국세청에서 개인정보를 받아 가기 위해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데 검찰이 영장을 제시해 정상적으로 협조했다는 설명이다.하지만 검찰이 태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도 들여다 볼 가능성이 짙다는 점에 대해선 적잖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이 국세청까지 압수수색함에 따라 태광그룹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이와 관련,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태광그룹의 검은 돈 흐름을 추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비자금은 자본주의 발전에 있어 안 좋은 부분인 만큼 햇볕을 쪼이겠다”고 밝혀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그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명단과 관련,“현재는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같은 수사는 최소 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한화 수사에 대해서는“대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서 (인력이) 아주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만만치는 않다”며“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태광그룹 비자금을 조성하고 운용하는데 총괄지휘한 인물로 ‘왕상무’라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왕상무는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의 부인이자 이호진(48)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82)씨를 지칭한다.그룹 직원들 사이에선 ‘왕상무’가 서울 장충동 본사의 유료 주차장 매출까지 챙길 정도로 사내 자금을 모두 관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 수사에 대한 질의에 대해“돈의 흐름을 수사하라고 강조하고 있다”며“한화나 태광이나 비자금에 대해서 실체를 밝혀보겠다”고 답변했다.김 총장은 서부지검이 두개의 대형사건을 맡고 있는 배경에 대해 “한화그룹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판단으로 서부지검에 보냈고,태광그룹 수사는 제보가 서부지검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양준영/임도원/이고운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