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에서 한 대형 마트 운영업체가 계산대 출납원으로 여성을 고용하겠다는 구직 광고를 냈다. 이후 많은 이들(특히 종교계)로부터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며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슬람 율법은 여성들에게 상당히 엄격한 편인 데다,사우디에서는 전통적인 관습까지 더해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물리적인 제약 사항이 많다.

여성과 관련한 독특한 사우디만의 관습으로는 여성의 운전문제를 들 수 있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기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운전을 허용해 달라는 여성계의 청원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운전 자체를 원치 않는 여성들이 많다는 이유로 불허하고 있지만,여성들이 운전을 함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생길 수 있는 남성들과의 접촉 기회를 차단하고자 하는 사회적 관습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사우디에서의 여성 실업률은 큰 사회적 문제 중의 하나이자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2005년 8월 압달라 국왕이 즉위한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교육이다. 석유 이후(post oil)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육성돼야 하며,또한 이런 인력 양성을 통해 고용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압달라 국왕은 여성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년 2월에는 여성 초 · 중 · 고를 전담하는 교육부 차관직에 최초로 여성을 임명했다. 지난해 9월 대학원 전문 국제대학으로 개강한 KAUST(King Abdullah University for Science & Technology)는 사우디 역사상 최초의 남녀공학으로 출범했다.

이 밖에도 국왕 칙령에 의해 내년부터 여성들을 위한 원격 강의가 최초로 허용되는가 하면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여자 대학인 프린세스 누라 대학을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짓고 있다. 이동 수단으로 교정에 10㎞의 모노레일을 설치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사우디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자대학 졸업자 수는 약 6만명으로 남녀 총 졸업자 수의 63%가량을 차지했다. 2000년 여대 졸업자가 2만2000명으로 전체의 51% 정도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우디 정부의 여성교육 장려정책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알 수 있다. 사회와 국가에서 요구하는 고학력 여성들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일부 이슬람학자들은 현 사우디 정부의 적극적인 여성교육 정책이 정부 및 기존 전통사회에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지만,고학력 여성은 사우디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데 좋은 토양이 될 전망이다. 한국 투자진출 기업들이 사우디 여성을 직원으로 고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