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재산 빼돌리기" vs "개인이 벌인 일"

신한은행에 재산 관리를 맡겼던 재일동포 사업가 상속인이 거액을 착복한 혐의로 전직 은행원들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 검찰이 은행의 지시나 묵인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17일 서울중앙지검과 금융권에 따르면 재일동포 사업가 배모씨(사망)의 아들 등 2명은 신한은행 비서실에 14년 근무하다 퇴직한 A씨가 배씨 재산을 빼돌려 이 은행의 법인계좌에 예치했다며 사건을 맡은 형사2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배씨가 2000년 10월28일 숨지고 이틀 뒤 A씨가 3억5천900만원을 인출해 이 은행의 서울 모 지점 법인계좌에 예치했다는 것이다.

또 배씨가 일본에서 경영하던 회사의 직원 명의로 신한은행 모 지점에 차명계좌가 개설돼 출처를 알 수 없는 25억원이 입금됐다고 고소인 측은 주장했다.

검찰은 개인 재산이 인출돼 은행의 법인계좌에 입금된 경위와 차명계좌에 출처 불명의 뭉칫돈이 유입된 배경 등을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 고객이 계좌를 만들려면 인적사항을 적어 인감을 날인한 신청서를 내야 하며, 은행은 예금주의 인적사항과 거래일, 입출금액, 취급점포 등을 기록한 예금거래 명세표를 보관한다.

고소인 측은 "회사 차원에서 `재일동포 재산 빼돌리기'를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당시 회사 임원들이 지시 또는 묵인한 건 아닌지, 차명계좌의 주인은 누구인지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 사건은 A씨 개인이 벌인 일이라 은행과는 관련이 없다"며 "법인계좌가 쓰였다는 부분은 자체 조사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당초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해 무혐의 처분했지만, 서울고검이 4월 재수사를 명령해 중앙지검 형사2부가 다시 수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전성훈 기자 zoo@yna.co.kr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