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이직 제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중소기업계가 뒤숭숭하다.

외국인 근로자 이직을 무제한 허용할 경우 소규모 중소기업이 잇따라 고사하고 내국인 실업이 확산되는 등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헌법재판소는 14일 대심판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2007년 외국인 근로자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연다. 공개변론은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 중 사회적으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해 결정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심리하는 자리다. 결정은 이르면 연말께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이 "외국인 근로자 이직 제한으로 근로의 권리,직업의 자유,행복추구권이 제약받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변론에 나서는 반면 중소기업계는 "지금의 이직 허용 횟수(3회)도 많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에서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가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은 원칙상 초청 회사에 근무해야 하지만 3년의 체류기간 중 3회까지 직장을 옮길 수 있다.

회사 측으로부터 근로조건 위반,인격 침해 등 부당한 처우를 받을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법 개정으로 경영 악화나 휴 · 폐업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횟수와 무관하게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허용됐다.

당초 외국인 근로자들이 헌법소원을 낸 것은 법 개정 전,회사의 경영 악화로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이미 3회 이직한 후여서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3년간 4곳의 직장을 다닐 수 있고,예외적인 이직까지 허용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이들을 모셔야 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저숙련 외국 인력을 도입한 배경은 내국인들이 기피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의 기반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의 이직을 무제한 허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값싼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고 내국인 일자리마저 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입으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사회 갈등이 불거진 유럽의 사례가 국내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좋은 조건의 이직을 위해 무조건 작업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며 "이직 알선 브로커까지 활개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만 죽으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의 경우 일본과 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이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은 이직을 허용하고 있다.

고경봉/이고운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