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 중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선 2000년대 초반까지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등 '대박' 신화를 일궈낸 회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철수연구소 더존비즈온 다우기술 등 몇 안 되는 기업들만이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침체기를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근 '샛별'로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올해 6월 코스닥에 상장한 모바일기기와 스마트카드용 솔루션 전문기업 유비벨록스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 이흥복 대표(37 · 사진)는 지난 15일 서울디지털밸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벤처기업을 언제 망할지 모르는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라고 하지만 유비벨록스는 앞으로 기술력 하나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리딩 컴퍼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 SW 벤처 '샛별'

유비벨록스의 전신은 2000년 이 대표가 설립한 벨록스소프트다. 이 대표는 1998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재학 시절 지리정보시스템(GIS)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학내 벤처를 이끈 경험을 살려 본격적인 사업의 길에 들어섰다. 10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의 '내공'을 키운 그는 지난해 스마트카드 칩을 만들던 유비닉스와 합병,회사 이름을 '유비벨록스'로 바꿨다. 합병 1년 만인 올 6월엔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냈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매출 규모는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외형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450억원,당기순이익은 45억원.올해는 3분기까지만 누적 매출 500억원 이상,누적 순이익 50억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작년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유비벨록스의 경쟁력은 뛰어난 성능을 갖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휴대폰 등 기기에 내장돼 각종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증권사의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부터 휴대폰(대기화면,위젯),USIM칩,스마트카드,하이패스 단말기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와 LG U+,SK텔레콤,신한카드,비씨카드,우리은행 등 100여곳이 우리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이 회사의 경영목표는 매출 780억원,당기순이익 80억원.이 대표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모바일콘텐츠용 솔루션 수요도 늘고 스마트카드 매출도 꾸준하기 때문에 경영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내년엔 매출 1000억원대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내 매출 1조원 클럽 가입할 것"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유비벨록스는 올해부터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 공략'과 '자동차용 정보기술(IT) 분야 진출'이 그것이다. 해외 시장 공략과 관련,이 회사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스마트카드용 솔루션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 브라질 인도 등의 스마트카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연내 싱가포르에 스마트카드 영업을 담당할 첫 해외지사도 세울 방침이다.

자동차용 IT 분야 진출도 앞두고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차량단말기용 솔루션 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는 "지금까지 차량단말기는 내비게이션 등 제한된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내년께 무선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고성능 단말기,스마트키 등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술력과 트렌드로 세계를 주도하는 게 유비벨록스의 미래 모습"이라며 "10년 내 매출 1조원을 올리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LG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 빠른 추종자)일 뿐 크리에이터(creator)는 아니다"며 "유비벨록스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구글,애플과 같은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