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투자자문사의 역사도 일천한게 사실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문사가 금융시장 한 켠에서 제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 고작 10년밖에 안됐고, 실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주식형 펀드의 부침과 함께 맞춤형자산관리서비스인 증권사 자문형 랩 상품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자문사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자문사가 어떤 역할을 하고 내 자산을 어떻게 불려주는 지는 모르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 정식 등록절차를 밟아 운영되고 있는 자문사는 120여개 안팎에 이른다. 최근 10년 전후로 국내 투자자문업계의 역사를 책임졌던 자문사와 현재 공격형 운용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자문사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자문사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한 빌딩의 12층 사무실.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는 여타 금융사와 달리 레이크투자자문은 들어설 때부터 달랐다. 사무실 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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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영 레이크투자자문 운용2팀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왜 출입문이 항상 열려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문사와 대형 자산운용사가 다른 점은 투자자와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역 간에 벽이 없다는 점입니다. 언제든지 찾아와 운용역과 상의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투자자문사만의 장점이죠"

자문업계 '다크호스'로 부상

레이크투자자문은 현대증권의 DNA를 뼈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김택동 대표가 현대증권에서 브로커리지로 이름을 날린 영업맨이었고, 운용 1,2팀장을 맡고 있는 한정석, 최관영 이사도 모두 현대증권 출신이다.

김 대표는 현대증권 리테일 직원 중 최고의 성과를 창출한 직원에게 수여하는 '유퍼스트 대상'을 12회 수상한 최고의 영업맨이었다. 이후 지점장에서 본사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스카웃됐고 자산운용본부장까지 지냈다.

한정석 운용1팀장과 최관영 운용2팀장도 현대증권 지점 영업부터 시작해 김 대표와 주식운용부에서 호흡을 같이 한 증권맨 출신들이다.

현대증권맨이었다는 공통점 외에도 투자에 있어서 절대 지기 싫어하는 오기도 같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 등록을 마치고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레이크투자자문은 9월말 현재 설정액이 5000억원을 돌파했다.

레이크투자자문은 지난 1분기(2010년 4월~6월)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59억원을 기록한 케이원과 브레인(51억원), 코스모(20억원), 가치(14억원), 삼정(13억원)에 이어 업계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후 새로 설립된 자문사 37개사 중에 절반이 넘는 19개사(51%)가 적자를 면치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설립 7개월의 새내기 자문사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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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키워드를 읽는 투자"

코스피시장이 부침을 거듭하는 사이에도 레이크투자자문의 자문형 랩 평균 누적 수익률은 30%대를 웃돌고 있다.

레이크투자자문의 특징은 철저한 '탑 다운' 방식의 운용이다.

여타 자문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의 키워드를 읽는 투자철학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거창한 철학을 논하기 앞서 금융시장의 생리를 관통하는 '안목'이 성공투자를 이끈다는 단순한 논리다.

거대 자산운용사나 몸집이 커진 자문사는 주식시장 비중이 큰 자동차나 대형 정보기술(IT) 관련주를 편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이크는 녹색산업과 중국 소비 수혜주 등 전략 종목에 집중하고 있다. 성과도 착실히 내고 있다.

최관영 운용2팀장은 "녹색산업이나 중국 소비 수혜 종목이라는 큰 줄거리가 잡히면 도출된 종목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가치대비 평가)과 기술적 분석을 병행해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며 "녹색산업과 관련해서는 LG화학이나 OCI, 한화케미칼로 큰 성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고 종목이 선별되면 기본적인 분석은 착실히 진행한 뒤 집중해서 투자한다. 이것이 일반 펀드와 다른 점이다.

유연성도 레이크투자자문의 운용 스타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철저한 시장분석으로 시장상황에 맞는 유연한 자산배분이 그것이다.

최 팀장은 "설정액이 크게 늘고 편입 종목들이 많아지면서 자체 애널리스트 필요성이 많아졌다"며 "적정한 인력을 충원해 분석과 운용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 지긋한 고객이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술이 몇 순배씩 돌아가자 긴장이 풀리고 마음속 얘기를 할 수 있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고객은 자기 자산을 운용할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었던 겁니다."

최관영 팀장이 최근 고액자산을 보유한 고객과 겪은 일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문형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레이크투자자문의 모토다. 서민들은 자문형 랩 상품을 통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소수 고액자산가들에게 국한되던 자문서비스가 대중화된 계기가 바로 자문형 랩 상품의 최저 투자금액이 1000만원대까지 낮아진 것이다.

다만 한계가 뻔한 운용인력들이 관리해야 할 계좌수를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다.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일임 최저 투자금액을 올리는 것이 장기 목표다.

김택동 대표는 "레이크투자자문은 일임자문의 경우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일정 규모를 유지해 나가면서 집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자문형 랩도 여러 증권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있고 하나대투증권,현대증권과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자신에 맞는 투자자문사를 고르는 방법으로 운용역이 누구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종목 집중투자라는 자문사 특성상 수익을 내는 핵심이 운용역이기 때문이다.

직접 자문사를 찾아가 과거 수익률 성과와 매매 스타일 등 운용역들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 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 다음이 소통이다. 펀드와 달리 자문사들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투자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끝으로 수익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진입 시점이 다른 계좌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표만 내놓는 일부 자문사들의 광고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