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의 '무덤'으로 여겨지던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공세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5일 일본 도쿄 하얏트호텔에서 '삼성전자-NTT도코모(DOCOMO),갤럭시 공동 기자발표회'를 열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의 일본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일본 최대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손잡고 휴대폰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도 지난달 말 일본 도쿄에서 TV 제품 발표회를 갖고 2년 만에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삼성, 파트너 바꿔 스마트폰 시장 공략

삼성전자 갤럭시 발표회에는 현지 언론 등 300여명의 관계자가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애플 아이폰 상륙에 이어 삼성과 NTT도코모의 제휴가 일본 이동통신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두 회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3위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아이패드를 내놓기 위해 애플과 손잡자 여기에 맞설 대항마를 찾던 NTT도코모가 삼성을 선택했다. 삼성도 그동안 소프트뱅크와 독점 협력하던 관례를 깨고 도코모를 새 파트너로 맞았다. 전략 제품인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현지 1위 이통사를 통해 출시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 성과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내 이통사-제조사 협력구도가 바뀌면서 그동안 NTT도코모와만 협력해온 LG전자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LG전자가 글로벌 시장 1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개발한 '옵티머스 원'을 판매할 파트너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NTT도코모와 협력하는 제조사가 워낙 많아 삼성의 새 파트너 선정으로 LG의 전략이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시장은 독자 통신 표준을 쓰는 데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도 달라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히 준비한 후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내놓은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 최신 플랫폼 2.2 버전을 기본 탑재했고 4인치 슈퍼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1기가헤르츠(㎓) 프로세서(CPU),500만 화소 카메라 기능을 갖췄다. 갤럭시탭 역시 안드로이드 플랫폼 2.2 버전을 탑재했고 7인치 디스플레이,1㎓ CPU,300만 화소 카메라와 130만 화소 전면 카메라 등을 지원한다. 갤럭시S는 이달 말,갤럭시탭은 11월 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은 "NTT도코모와 공동 론칭 행사를 통해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모두 선보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갤럭시S와 스마트 미디어 디바이스 갤럭시탭은 일본 소비자에게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내달부터 TV 일본 판매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일본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면 TV 분야에서는 LG전자의 시장 개척 의지가 강하다.

LG전자는 11월18일부터 비쿠카메라,요도바시카메라 등 일본 전역의 대형 양판점에서 TV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2005년 일본 소형 TV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2008년에 철수했던 LG가 2년 만에 재진출하는 것.LG전자는 샤프,소니 등 일본 상품과의 경쟁을 의식해 제품 보증과 사후 서비스를 강화하고 주문 후 다음 날 일본 전역으로 배송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규홍 LG전자 일본법인장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친 제품을 앞세워 5년 안에 일본 시장 점유율 5%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와 달리 2007년 9월 일본 가전 시장에서 철수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일본 재진출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TV 시장에선 유통망 판매 점원을 제조사가 고용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세계 시장 점유율 5%도 안되는 샤프가 일본에서는 50%가 넘는 점유율로 1등을 차지하는 등 제품 이외의 변수가 많이 작용해 투자 대비 효율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일본 TV 업체들이 연간 수백억원이 넘는 광고를 집행하는데 5~10%대의 점유율로는 투자비용을 뽑기 어렵다"면서 "일본 TV 시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축소되는 등 재진출 메리트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자 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일본 업체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현지 판매법인인 현대모터재팬(HMJ)을 설립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 말 일본 내 승용차 판매사업을 접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은 자국 메이커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BMW 벤츠 등 일부 유럽차를 제외하곤 진입이 힘들다"고 말했다.

김태훈/김수언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