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불황의 늪에서 고전하고 있는 대형 로펌들이 고객을 상대로 보수금 청구소송까지 내고 있다.

5일 법원과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달 초 신일건업을 상대로 보수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보수금 청구소송을 냈다. 태평양은 신일건업의 민사사건 대리와 형사사건의 변호,계약에 대한 자문을 맡아 업무를 수행했지만 보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세종도 글로웍스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보수 4498만원을 청구하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객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파산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렵다. 그 고객과는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각오하고 법정 싸움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가끔 대기업들도 보수를 안 주고 버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는 뭐라고 말도 못하고 속을 태울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기업은 한번 보수를 주지 않더라도 다음 번 일을 맡길 때 앞의 사건까지 고려해 높은 보수를 주기도 한다"며 "그러나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못 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분쟁이 생기면 향후 사건수임이나 자문계약을 따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