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한 포기에 1만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기업 구내식당에서도 '김치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치 대신 깍두기를 내놓거나 단무지를 배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지하의 임직원 식당에선 이번 주부터 김치 메뉴가 사라졌다. 작은 그릇에 담겨 400원씩 하던 김치가 사라지고 대신 500원짜리 섞박지가 메뉴판에 올랐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급식을 맡은 에버랜드가 김치를 식단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앞으로 물량확보가 안돼 제공이 어려울 땐 열무김치나 생채 겉절이류 등의 대체 메뉴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김칫국이나 김치전과 같은 메뉴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회사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김치를 메뉴에 넣어주는 게 '사원복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부식변경'이 노사협의 사안이라 '김치' 때문에 노사 실무협의회까지 열었다. 이 회의에서 1주일에 네 번 나가던 김치를 세 번으로 줄이는 대신 두 번은 깍두기로 대체키로 결정한 것.현대차 울산 공장만 해도 직원수가 4만1000여명으로,한번에 소비하는 김치만도 4.5t에 달한다. 현대미포조선 사업장에서도 한 달 동안 김치 대신 깍두기를 주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포항사업장은 한 달간 묵은지를 내놓기로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사협의를 열어 배식업체에 배추값 인상분을 주고 3만4000여명의 근로자들에게 정상적으로 김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나 열무김치 등으로 대체하는 여론도 높았으나 선박건조 등의 어려운 작업현장을 감안해 회사 측이 더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