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당신의 지식경영, 아직 메모 수준인가요
경영자들은 생산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의 생산성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직원들을 채근하고 성과 측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스스로의 생산성에 신경을 쓰는 경영자는 적다. 지식노동의 생산성이나 품질을 측정할 기준이 적은 탓도 있다.

최근 만난 모그룹 HR담당 임원의 얘기는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현재 수준이 '지식경영 8.0'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킨 그의 지식경영 역사는 이렇다. 지식경영 1.0에서는 기억에만 의존했다. 2.0에 가서는 수첩에 메모하는 수준이었다. 3.0버전에서 그는 그날 있었던 중요한 사안들을 컴퓨터 문서파일에 기록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편이다.

4.0버전부터 그는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날 접한 중요한 키워드들을 파워포인트로 요약하기 시작했다. 지식경영 5.0에 가서 그는 대학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분위기도 살리고 지식생산성이 급등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6.0버전에 가서는 아예 매달 1권씩 대학노트를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높였다. 7.0버전에서 그는 한 달간의 지식노트를 참조해 자기 혼자 보는 잡지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이 유행하면서 이를 병행해 그의 지식경영은 8.0이 됐다. 어느 장소에서든 세계의 리더와 그들이 쓴 책, 사상 등을 외우듯이 줄줄 읊던 그의 경쟁력은 바로 스스로의 생산성을 버전 8.0까지 업그레이드 시킨 그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나이 탓,기억력 감퇴는 어쩌면 스스로의 생산성 향상을 포기한 채 버릇처럼 떠올리는 핑계일지 모른다. 당신의 지식경영을 이제 업그레이드하시라.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