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이 확산되면서 주요 20개국(G20) 중심의 글로벌 협의체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G20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간 공동 대응을 신속히 이끌어내 경제위기를 조기에 진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이 유럽연합(EU)과 일본,신흥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은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조를 맞춰 위기에 공동 대응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저개발국 지원 등 주요 이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던 한국으로선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환율싸움이 11월 정상회의까지 이어질 경우 문제는 더 꼬이게 된다. 미국은 이미 환율 문제를 G20 정상회의의 공식 의제로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수로 등장한 프랑스

이런 가운데 프랑스가 변수로 등장했다. 프랑스는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자 의장국이다. 프랑스는 미국의 의도와 달리 11월 서울 회의에선 위안화 환율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분위기다.

대신 자국이 의장국이 되는 내년에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주요 의제로 삼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에르베 라수 중국 주재 프랑스대사는 "프랑스는 다음 달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환율정책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중국을 다자 간 대화에 참여시키고 국제통화시스템 개혁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프랑스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일본이 환율과 원자재 문제 등 사르코지 대통령이 생각하는 차기 G20 정상회의 의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에 따르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G20 서울회의에 앞서 프랑스를 방문,정상회의를 갖고 프랑스 의장국 체제의 G20 의제에 합의할 예정이다.

◆환율문제 G20 의제로 상정될까

프랑스 변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서울 정상회의 공식 의제로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환율 문제가 국제 경제의 최대 이슈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논의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브라질 인도 등도 이미 위안화 절상 압력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올해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환율 문제가 논의될 경우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온 핵심 의제가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금융안전망을 비롯해 G20 비회원국에 대한 개발 지원,IMF 쿼터(지분율) 개혁 등에 대한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 G20 역사에 남을 '서울이니셔티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일각에선 G20 의장국으로서 오히려 환율 문제를 주도적으로 의제로 상정해 정면 승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尹재정 "G20 재무 회의서 일단 논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 세계적인 환율 문제가 오는 21일 경주에서 열리는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20 의제 중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논의하는 프레임워크 세션에 글로벌 불균형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다"며 "글로벌 불균형은 국제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에 균형을 맞추는 문제가 논의되는데 이들 국가 간의 환율 공방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우리는 G20 의장국으로서 환율 논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면서 "이번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런 문제가 원만하게 합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박성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