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조업계와 금융계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기업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불필요한 규제와 관료주의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로버트 울프 UBS 미국법인 회장,리처드 트럼카 산별노조총연맹(AFL-CIO) 대표,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인세 인하에 매우 관심이 많다"며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정적자는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지 않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정부의 올해 재정적자는 1조4000억~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 연방정부가 기업들에 부과하는 법인세율은 35%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 30%,독일 26.3%,한국이 22%다. 민주당은 몇 년 전 약 30%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미 대기업들은 법인세 부담 때문에 해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불만이다. 반면 법인세 인하 반대론자들은 기업들이 받는 각종 공제 혜택과 세금을 회피하는 구멍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법인세율은 35%를 밑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감독개혁법을 마련한 이후 사이가 멀어지고 있는 월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마크 갤로글리 센터브리지 파트너스 사모펀드 사장이 정부 규제와 관료주의에 따른 비용 부담을 거론한 데 대해 "필요한 조치(금융감독개혁법)를 취했으니 치유와 통합의 기간이 요구된다"며 금융계를 다독였다. 이어 "어느 부분에서 불필요한 규제와 관료주의를 없앨 수 있는지 아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계와 월가를 다시 챙기고 나선 것은 여당에 불리한 중간선거 판세와 경제성장 둔화,높은 실업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재계와 월가의 선거자금이 야당인 공화당에 쏠리는 데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면 이들의 협조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월가를 겨냥한 금융감독개혁법이 투자 불투명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오바마를 반기업적인 대통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연소득 20만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이상 부유층을 위한 감세 연장은 할 수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펠드스타인 교수가 "세금을 인상할 때가 아니다"며 전 소득계층의 감세 연장을 주장하자 "부유층에 감세를 해줘도 소비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오바마 정부는 고소득층 2%에서 향후 10년간 약 7000억달러의 세금을 거둬 중산층 및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하거나 재정적자 감축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