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이었다. 수상 이유는 '포트폴리오 이론'에 기여한 공로였다.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자들이 토빈에게 이론을 쉽게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토빈은 생각 끝에 다음과 같이 기발한 설명을 했다. "여러분,계란을 몽땅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됩니다. 만일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기 때문이죠." 이 말은 다음 날 "예일대 경제학자,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신문을 장식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은 이렇게 생겨났다.

◆포트폴리오란 무엇인가?

본래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서류가방' 또는 '자료 수집철'을 뜻한다. 투자에서는 자산을 여러 종목에 분산해 투자함으로써 한 곳에 집중해 투자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재산을 한 곳에 몰지 않고 나누어 관리하는 기법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모든 자산은 세 부분으로 나누도록 하라.3분의 1은 토지에,다른 3분의 1은 사업에,나머지는 준비금으로 보유하라"는 말이 이미 2000년 전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것을 보면 '포트폴리오'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재산을 관리하는 기법으로 사용돼 왔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이유

만약 지난 15년 동안 1700%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고,미국과 유럽에서 거래되는 에너지의 20%를 담당하는 거대 기업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당신은 당신이 가진 재산 중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는가?

만약 이 회사가 지금까지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전 재산을 투자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되면 금방 부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회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일생일대의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앞서 설명한 회사는 미국의 포천지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한 엔론이다. 하지만 엔론은 2001년 회계 부정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루 아침에 파산해 버렸다. 만약 당신이 전 재산을 여기에 투자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러 가지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개별 자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체계적 위험이란 특정 회사가 가진 사업위험,신용위험,유동성 위험,채무 불이행 위험과 같이 각각의 기업이나 투자 대상 자산이 가진 고유의 위험을 말한다. 이처럼 비체계적 위험은 기업이나 투자 대상 자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위험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에 포함되는 종목 수를 늘릴수록 위험은 줄어든다.

하지만 체계적 위험인 이자율이나 환율,인플레이션 등은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투자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내에 포함되는 종목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체계적 위험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체계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식 채권 예금 등 자산별 자산 구성을 다양하게 하거나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이나 상장지수펀드(ELF)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파생상품과 결합한 금융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투자 대상 범위를 국내에 한정할 경우와 해외로까지 확장할 경우도 위험도가 다르다. 국내에만 투자할 경우 한 국가가 가진 위험은 투자 대상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무리 투자 대상 종목을 늘려도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 범위를 해외로 넓히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포트폴리오,얼마나 다양하게?

포트폴리오 내에 편입하는 자산 종류를 늘릴수록 위험이 줄어든다면 투자자금을 가능한 한 많은 자산에 분산 편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자산 종류가 늘어날수록 위험이 줄어들지만,줄어드는 위험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새로운 자산을 편입할 때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경제학자 메어 스탯먼(Meir Statman)은 1987년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분산 가능한 비체계적 위험의 84%를,20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비체계적 위험의 92%를 제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으면 바구니 하나를 떨어뜨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계란은 깨뜨리지 않고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려면 바구니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계란을 옮기는 데 번거로워진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포트폴리오 내에 많은 자산을 담을수록 특정 자산이 손실을 보더라도 전체 재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내 자산 종류가 늘어날수록 관리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수익성 높은 자산에 집중해 투자할 수도 없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 구성 자산 종류를 늘릴 때는 위험 감소 효과와 함께 상품 수 증가에 따른 리서치 비용,거래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포트폴리오가 가져다 주는 또 다른 효과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는 투자자로 하여금 '평상심'을 유지하게 해준다. 아무리 좋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주가의 등락이 심하면,그 수익을 내것으로 만드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창시자이면서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인 해리 마코위츠의 말에서 투자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투자 성과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상승장에 속하지 못할 경우나 하락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때는 고통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퇴 계획을 수립할 때 채권과 주식에 50 대 50으로 분산해 투자했다.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kdy1009@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