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통 제초제 주입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아

검찰 수사에 앙심을 품고 담당 검사실에 불을 지른 전직 경찰관이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이 확정돼 사건이 1년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또 다른 사건인 검사실 생수통 제초제 주입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하고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수사 앙심' 검사실에 방화 =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일 검찰 수사에 앙심을 품고 전주지검 청사에 불을 지른 혐의(공용건조물 방화미수 등)로 기소돼 1.2심에서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전 전주 덕진경찰서 경사 김모(4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2월16일 오전 1시5분에서 2시30분 사이 전주지방검찰청 신관 2층 하모 검사실에 방범창을 뜯고 들어간 뒤 소파와 법전, 복사기 등 9곳에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질러 2천400여 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2008년 9월 자신의 정보원인 조직폭력배로부터 청탁을 받고 허위 범죄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하모 검사에게 조사를 받고 있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알라바이를 내세우고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를 정당하다"며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압수절차 역시 합당해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상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수사서류가 보관된 검사실 캐비닛을 열려다 실패하자 여러 곳에 불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드라이버로 추정되는 공구로 수사 서류가 보관된 캐비닛을 훼손하려 한 흔적을 발견했고,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장갑에서 김씨의 생체정보를 확인했다.

검찰은 검사실에서 발견한 일회용 라이터와 복면 등에서도 김씨의 유전자를 채취했고, 김씨가 방화 사건 전에 절단기를 사들인 사실을 철물점 점원의 증언으로 알아냈다.

이 절단기는 범행에 사용되지 않았다.

또 범행 당일 김씨 부인이 운영하는 김밥집 폐쇄회로(CC)TV 화면이 삭제됐다는 점 등을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청사 부근 야산에서 장갑 두 짝을 발견하고 공범 가능성도 수사했지만 결국 김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렸다.

◇생수통에 농약 넣은 범인은? = 의문점은 아직도 남아 있다.

지난해 2월7일 전주지검 3층 하모 검사실 생수통 물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방화 사건 직후에 드러났다.

검찰은 하 검사가 사용한 3층 사무실 생수통 물이 파란색을 띠고 이상한 냄새가 났는데도 '단순 오염'이라는 직원 판단에 따라 생수통과 냉온수기를 바꿨다.

검찰은 하 검사가 같은달 9일 신관 2층으로 옮기고 나서 일주일 뒤에 불이 나자 뒤늦게 두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생수통을 거둬들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놀랍게도 생수통에는 제초제 성분이 들어 있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제초제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 곤란 증상을 겪다가 2∼3주 후 숨지는 치명적인 화학품이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투입해 전북지역 농약판매상 50여곳과 인터넷 농약판매처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지만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검찰은 동일범 소행으로 보는 검사실 생수통 제초제 주입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기소하지 못했다.

김씨는 17차에 걸친 공판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들어 김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고 1.2심 재판부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결국 김씨는 검사실 방화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검사실 생수통 제초제 주입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