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 석 달째를 맞은 30일.서울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27일 직권으로 공포한 '서울광장 사용 · 관리 조례'에 대한 '재의결 무효 확인소송'이다. 서울시와 '여소야대' 시의회 간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민선 5기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공동살림을 꾸린 지 90여일.당장 이혼이라도 할 듯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순도순 신혼살림을 유지해 가는 곳도 있다.

◆'극한대결' 서울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첫날부터 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 사이가 안 좋았다. 시의회 사무처장 인사 문제부터 충돌했다. 오 시장이 시의회 사무처장을 전임 의회(7대)가 동의한 대로 임명하자 시의회가 반발,결국 8월 초 다른 인물로 교체했다.

'서울광장 조례'를 놓고 양측은 거의 이혼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30일 "모든 공공시설은 허가제가 원칙인데 서울광장만 신고제로 하면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추진하던 △한강 예술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초 · 중 · 고교생 창의교육 등 관련 조례는 아예 폐지됐다. 마곡워터프런트,강변북로 지하화,월드컵대교,신림~봉천 간 터널,중랑천 · 안양천 뱃길사업 등도 시의회의 공세 속에 줄줄이 축소 ·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갈등' 경기…'밀월' 인천

김문수 경기지사도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여소야대' 도의회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4대강사업 등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민주당 도의원 47명이'무상급식 조례안'(학교급식지원 조례 개정안)을 지난 29일 발의해 반대하는 도지사와 정면 충돌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연간 가용재원이 3000억원으로 예산 여유가 없어 수천억원이 드는 무상급식 조례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도의회도 여야로 갈려 파행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이 허재안 도의회 의장(민주당) 불신임안까지 제출해 조만간 임시회에 상정할 예정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반면 송영길 인천시장은 '여소야대' 시의회와 밀월을 즐기고 있다. 송 시장은 시의회의 지원 속에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구도심 개발사업 전면 수정,계양산 골프장 및 굴업도 레저단지사업 백지화,인천시 · 인천도시개발공사 부채(7조원) 관리 대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허남식(부산) 김범일(대구) 강운태(광주) 박맹우(울산) 김관용(경북) 이시종(충북) 박준영(전남) 김완주(전북) 우근민(제주) 지사 등 나머지 광역단체장들도 비교적 조용하게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꺼림칙' 경남 · 강원 · 충남

김두관 경남지사는 4대강(낙동강)사업을 놓고 도의회 · 기초자치단체 등과 꺼림칙한 관계에 놓여 있다. 김 지사가 낙동강 개발을 반대하는 반면 한나라당 도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상당수는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동남권 신공항을 부산(가덕도)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주민 반응도 부담스럽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4대강사업 반대,무상급식 시행 등을 놓고 지역주민과 도의회의 반발에 부닥쳐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이광재 강원지사 역시 찜찜한 석 달을 보냈다. 헌법재판소가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해 지난 3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도지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연말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석 달도 '애타는 계절'이 될 전망이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6월 2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예산 의회가 분수령될 듯

대부분의 시 · 도와 광역의원들은 오는 11월 시작될 '내년도 예산 의회'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간 관계 설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 낭비를 명분으로 대규모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집하다 지역주민으로부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호정 서울시의원(한나라당)은 "시 · 도나 의회 어느 쪽도 일방통행식은 안 된다"며 "이제부터라도 당리당략과 발목잡기를 멈추고 지역주민을 위해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황식/김인완/김동민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