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르 하르데 아이슬란드 전 총리(59)가 특별법정에 서게 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첫 국가 지도자가 된다.

아이슬란드 의회는 33 대 30으로 2년 전 금융위기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로 하르데 전 총리를 법정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2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특별법정은 설립 이후 한번도 소집된 적이 없으며 기각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공판 일자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보수 독립당을 이끌었던 하르데 전 총리는 현재 의원 신분이 아니다. 그는 경제위기로 반대 여론이 거세진 데다 식도암이 발병해 지난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지 방송 RUV와의 인터뷰에서 "법정에서 모든 혐의에 답변할 것이고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면서 "내가 한 일에 잘못이 없으며 이건 정치적 박해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구 32만명의 화산섬 아이슬란드는 경제 성공 신화의 대표주자에서 국가 부도 위기까지 거론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지난 4월 현 정부에서 발표한 금융위기 조사보고서는 하르데 전 총리와 당시 중앙은행 총재가 적절히 관리감독을 하지 못해 금융업계에 거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은행 파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저질러진 '실수'를 자세히 기록했다. 큰 실수 중 한 가지는 중앙은행이 2008년 3월 스위스 바젤의 국제결제은행(BIS)으로부터 5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