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근 KT 과장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짱 아빠가 됐다. 인사전략업무를 맡고 있는 윤 과장은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여유가 없었지만 요즘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가사일을 도운다. 저녁에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의 영어공부도 돕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분당 본사에 스마트워크센터가 운영되면서 하루 2시간이 넘던 출퇴근시간이 20분 안팎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져 퇴근시간도 빨라진 덕분이다. 윤 과장은 "업무 효율이 예전에 비해 70~80%는 좋아졌고 가정에도 더 충실해져 업무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KT,스마트워크로 업무효율 2배 향상

KT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도입한 스마트워크센터가 가동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는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과장의 경우 하루 출퇴근시간이 2시간가량 줄어들었고 업무 성과도 크게 향상됐다. 평소 하루 이상 걸리던 보고서 작성 시간도 반나절 정도면 충분해졌을 정도로 업무 집중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윤 과장은 "시간 여유가 많아져 보고서 작성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었고 보고서의 퀄리티도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했다.

김창일 과장도 비슷한 케이스다. 경영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김 과장은 1주일에 2~3일을 분당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한다. 인사 및 재무 담당자들이 분당 본사에 근무하고 있어 오히려 실무자들과 업무 협의할 시간도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지난 5월 3주 동안 운영했던 시범 재택근무에도 참여했던 김 과장은 "출퇴근시간이 줄어 특정 주제에 몰입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며 "예전에 비해 업무 성과가 크게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둔 박미나 과장은 분당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주로 근무하고 있다. 출산 예정일이 임박해지면서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경기도 수지에 살고 있는 박 과장은 서울 광화문 사무실까지 출근하는데 1시간30분 이상 걸렸지만 이제는 15분 남짓이면 출근할 수 있게 됐다. 박 과장은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시간적 여유는 물론 마음의 여유도 많아졌고 업무 집중도 좋아졌다"고 했다.

KT가 지난 5월 직원 47명을 상대로 실시한 유연근무제 시범실시 결과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가까운 원격센터에 근무하면서 하루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줄었고 하루 근무시간도 6시간37분에서 6시간7분으로 30분이 줄었다.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43분에서 1시간15분으로 늘었다. 출퇴근 교통비용도 하루 3730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에도 스마트워크 확산

KT에 이어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삼성동 아셈타워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SDS는 전국 10여개의 사옥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다음 달께 서울 선릉 사옥에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영위하는 업종의 특성 상 직원들이 여러곳에 흩어져 근무할 수밖에 없고 회의 등 업무를 위한 이동도 잦은 편"이라며 "스마트워크센터를 가동하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업무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T도 경기도 분당 본사 1곳에만 운영하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이달 말에 고양과 서초에 각각 개설하고 연말까지 노원 안양 등에 6개소를 추가할 계획이다. 2012년에는 전국 30개 지역에 센터를 구축해 외부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공공부문도 스마트워크 도입

정부도 올해 2개소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500개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어 공무원의 30%가 스마트워크 방식으로 근무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무방식 변경에 맞게 공무원 복무관리 체계 및 조직 · 인사제도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공무원연금공단 등 24개 공공기관이 지난 4월부터 탄력근무제 등을 시범실시하고 있지만 재택근무,원격지근무 등 본격적인 스마트워크를 실시할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해외서는 정부가 공공부문은 물론 일반기업의 스마트워크 확산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총무청이 중심이 돼 공공부문 원격근무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스마트워크 확산에 나서고 있다. 미 총무청은 올해 말까지 원격근무 가능자의 50%인 5000여명을 원격근무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원격근무자는 2008년 기준으로 10만2900명에 이른다. 일본도 정부가 나서서 원격근무 도입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지원책을 늘려가고 있다. 일본은 올해 취업인구의 20%인 1295만명을 원격근무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김홍진 전 BT코리아 사장은 "스마트워크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기 때문에 기업 경영자는 물론 근로자들도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며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공공부문이 나서 일터 혁신을 위한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