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위안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더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원 총리는 "환율 체계를 계속 개선하겠다"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양국 간 시각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24일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사실상 자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을 제재하기 위한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위안화의 저평가 정도를 따져 이를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면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100만개 늘어나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도 1000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는 위안화 가치가 현재 수준보다 20% 정도 절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다음 주 초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 총리도 위안화에 대한 의회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수개월 내 중국이 위안화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결제 업무에서 미국계 카드회사의 차별 등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한 미국은 중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담 후 공식 발표에서 원 총리는 "양측 간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에 비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미 기업인들과 만나 "미국의 무역적자가 중국 환율 때문이 아니라 투자와 저축 등의 구조적인 문제 탓"이라는 입장을 피력하는 등 미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위안화 가치가 20% 상승하면 미국에 일자리를 전혀 만들지 못하면서 중국 기업들만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위안화 문제로 계속 압력을 넣으면 양국 관계만 해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고,중국 측은 이에 대해 위안화 절상 압력은 "현명하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처사"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한편 위안화는 지난 6월19일 중국 정부가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3개월 동안 2%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