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국민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발표한 2011년 친(親) 서민 예산지원안의 핵심은 서민의 범위를 중산층까지 넓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은 "가능하면 내년도 예산에는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보육비를 전액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 예산에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보육료 지원 대상을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의 70%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에 따라 나온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저소득층으로 한정됐던 친서민 예산지원을 내년에 33%가량 증액해 중산층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다.

◆어떤 내용 담았나

친서민 예산지원안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보육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것과 △전문계 고등학생에게 교육비를 전액 지원해 교육의 '희망 사다리'를 놓겠다는 것 △다문화 가족의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것 등이다.

정부는 우선 보육과 관련된 내년 예산을 3조3000억원으로 편성해 올해(2조7000억원)보다 20% 늘렸다. 우선 4인가구 기준으로 월소득이 450만원 이하(맞벌이가구는 600만원)인 서민 · 중산층이 만 5세 이하 영 · 유아를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일반 유치원 제외)에 보낼 때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경우 보육가정의 70%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때 지급하는 양육수당은 대상을 만 0~1세에서 0~2세로 확대하고 월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으로 인상한다. 육아휴직 급여는 현재 월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휴직 전 임금의 4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실업고 등 전문계 고교 학생 전원에게는 교육비 전액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지원대상은 26만3000명으로 1인당 연평균 120만원의 교육비(수업료,입학금 등)가 무상 제공되며 이미 지원을 받는 마이스터고 재학생과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은 제외된다. 여기에는 3669억원이 투입된다.

다문화가족은 내년부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보육료 전액을 지원받는다. 대상자는 2만8000여명으로 58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내년 복지예산 대폭 증액 불가피

정부가 친서민 예산지원을 확대함에 따라 내년 복지예산 총액 역시 올해보다 대폭 늘어나는 게 불가피해졌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복지예산은 이날 발표한 친서민 예산으로 인해 증액된 1조원가량을 포함해 모두 5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복지 예산이 81조2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86조원 이상으로 증가해 역대 복지예산 중 최대규모로 편성될 예정이다.

재정부도 내년 복지 예산 편성에 대해 정부 총지출 증가율(5~6%)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다만 "서민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발굴해 집중 지원하면서 지속가능한 건전재정 유지에도 역점을 둬 포퓰리즘적 지원과 차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예산확보 문제 없나

이날 발표된 친서민 예산지원안 가운데 보육비 전액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확대한다는 것과 육아휴직 급여를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저출산 ·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것들이다. 반면 양육수당 지급액을 확대하는 것은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재정부 반대로 빠져 있었다. 재정부담이 큰 것에 비해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게 재정부 논리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 예산 지원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라는 요구에 따라 새로 반영됐다. 이로 인한 내년 재정부담은 2125억원이 늘어난다. 양육수당 확대를 포함한 육아 지원 관련 예산지원에만 내년에 모두 3조2680억원이 새로 투입된다.

문제는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일각에서는 4대강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정부 스스로도 해답이 별로 없다. 내년 예산 편성부터는 '페이고 원칙'(새로운 예산 편성 시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화하는 것)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이번 친서민 예산 지원안에도 이런 원칙이 무시됐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고소득자 대상의 과세를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세원을 발굴하는 것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