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6억7523만달러. 이는 현대건설이 1965년 국내 최초로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래 세계 50여개국에서 벌어들인 외화 규모다. 지금까지 국내 전체 건설사가 해외 건설현장에서 수주한 4002억7443만달러의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대건설을 '해외건설의 대명사'로 부르는 이유다.

태국 진출 이후 10여년이 흐른 1976년. 현대건설은 세계 건설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낸 것이다. 공사 금액만도 9억3114만달러 규모로,당시 세계 최대 공사였다. 1976년 환율 기준 46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 규모였다. 이때 들어온 공사금액으로 우리 나라의 외채 걱정을 덜게 만든 것은 물론,지금은 우리 건설사들이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중동 건설시장의 빗장을 현대건설이 처음으로 연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2006년 4월,현대건설은 또 한번 해외에서 일을 냈다. 16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 공사인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공사를 세계 대형플랜트 시설공사 사상 최단기간인 35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완공한 것이다. 일일 동원인력 1만3000명,연인원은 모두 950만명을 투입했다. 하루 5096만㎥ 규모의 가스를 처리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이란에서 현대건설이 남긴 기록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공사 부분에 있어 2005년 3월 세계 대형 플랜트 시공 사상 최단 기간인 24개월 만에 원료가스 도입(fuel gas-in)을 완료한 데 이어,착공 28개월 만인 같은 해 8월 최단 기간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전까지 유럽과 일본 등 선진 일부 기업체들만이 독점해왔던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정인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공사(GTL,gas-to-liquid) 공사를 카타르에서 한국기업 최초로 수주하기도 했다.

GTL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에는 버렸던 가스를 수송용 연료나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대체 에너지원이자 청정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며 사업성이 유망해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GTL 공사의 후속 공사를 계속 수주하게 된다면 그간 일부 외국 기업이 보유했던 플랜트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국내 건설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한전과 컨소시엄을 이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경쟁사인 미국 · 일본 컨소시엄,프랑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UAE 원전공사(총 200억달러)를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현재 시공 중인 신고리 3 · 4호기 현장이 수주 모델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3세대 원전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효율성까지 갖춘 것으로 밝혀져 해외 원전진출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71년 고리원자력 1호기 공사를 시작한 이래 38년 만에 원전 건설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향후 발주될 요르단,터키,우크라이나 등의 원전(2030년까지 약 400기 발주 예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현대건설은 단순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고부가가치 플랜트 · 원전 건설에 이르기까지 건설의 전 분야를 섭렵해 한국 건설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현대건설은 대부분의 해외현장에 국내 최초로 진입,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경쟁하며 풍부한 시공경험을 보유하게 됐다.

또 선진 기술을 국내시공에도 활용해 국내건설산업의 질적 도약과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해외건설 진출 역사는 '사상 최대 수주달성''플랜트 사상 최단 기간 완공''국내 최초 해외수주액 700억달러 달성''국내 최초 고부가가치 공종 진출''사상 최대 규모' 등 개척과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