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9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보름가량 지났지만 부동산시장이나 대출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좀처럼 매매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금융권 대출시장도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과 부동산업계는 추석 이후 이사철을 맞아 주택거래가 다소 살아나면 이르면 11월께는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통화당국이 기준금리까지 동결했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실익없이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오히려 감소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대책이 시행된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간 국민.우리.신한.하나.

기업 등 5개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모두 1조33억원으로, 대책 시행전 6거래일 실적인 1조2천450억원보다 19.4%(2천417억원) 감소했다.

신규 대출실적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신규 대출액이 대책 시행전 일평균 770억원에서 시행후 533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신한은행도 6거래일간 신규대출액이 대책 시행 전보다 300억원가량 감소했다.

주요 은행들은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되는 DTI 비율 규제(40∼60%)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2일부터 신규대출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대출은 기존 1∼2개월 전에 매매가 이뤄진 주택담보대출이어서 이번 대책과 연결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시장 상황이 대책 발표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의 경기 안양지점 대출 관계자는 "DTI 규제가 풀리면 문의가 쇄도하고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거의 문의가 없다"며 "최근 1주일 간 DTI 문제로 직접 창구를 찾은 사람은 1∼2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코픽스대출 관련 전화 문의는 있지만 DTI관련 상담 전화는 없었다"며 "주택시장이 바닥이라는 게 확인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조차 관망하고 있어 효과를 기대하기 이르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매매시장도 '잠잠'
시중은행들은 최근에도 주택 거래가 활성화하지 않다 보니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동산시장은 대책 발표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DTI 완화의 수혜지역으로 예상됐던 양천구 목동과 강동구 고덕.둔촌동, 분당 등에서도 매수 대기자들이 관망할 뿐 매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 역시 하락폭이 다소 둔화하기는 했지만 상승세로 전환한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스피드뱅크가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2주간 0.11% 하락했다.

분당(-0.20%) 평촌(-0.15%) 일산(0%) 등의 신도시에서도 가격이 떨어지거나 변화가 없었다.

나찬휘 국민은행 부동산조사팀장은 "부동산시장 거래동향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부동산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관망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예전과 비교해 전화 문의는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눈치보기가 워낙 심해 매매 자체는 쉽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보려면 2∼3개월 지나야"..실익 없을 수도
금융권과 부동산업계는 대책 발표 이후 2∼3개월가량 지난 11월께나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추석 명절 이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거래가 다소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 팀장은 "추석 이후에는 이사철이어서 주택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1∼3개월 지나야 담보대출이 발생한다"며 "대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2∼3개월가량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나 기대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이번 DTI 완화 수혜 대상이 무주택자나 1가구1주택자의 신규 주택거래만 해당되는 등 수혜폭이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 1가구1주택자는 '처분 기한부 대출'을 받아 2년 뒤 부메랑을 맞을 수 있어 선뜻 주택 매입에 나서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1가구1주택자는 신규 주택을 구입해 대출을 받아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면 신규 대출에 대해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주택 매매에 나서겠는가"라며 "DTI 규제를 다소 완화했다고 해서 주택거래가 활성화할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박상돈 기자 indigo@yna.co.kr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