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소집된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 개막이 당초 관측시점보다 늦어지는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에서 돌아온 뒤 첫 공개활동으로 군부대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북한 매체들이 8일 새벽 김 위원장이 예술선전대 공연을 봤다고 전한 '인민군 제963군부대'는 김 위원장 경호전담 조직인 군 호위사령부를 말한다.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1주일여 만에 처음 공개활동 장소로 자신의 경호부대를 선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다음 '동북3성' 지역의 김일성 항일유적지와 산업시설을 둘러보며 상당히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일각에서는 건강상태가 완전하지 못한 김 위원장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지난 6일께 개막될 것으로 관측됐던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가 계속 늦춰지면서 '건강이상설'로 증폭됐다.

김 위원장의 호위사령부 공연 관람 소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런 저간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대북 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북한 노동당이 이번 당대표자회 개최 시점을 '9월 상순'이라고 발표한 것도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행사의 성격상 김 위원장의 불참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애초부터 그의 컨디션에 맞춰 개막 날짜를 조정할 여지를 확보했다는 얘기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 위원장의 호위사령부 공연관람 보도 이면에는 당대표자회 순연으로 불거진 건강이상설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