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성공 또는 실패 어느 쪽이든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며 북한 1인통치 체제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로버트 캐플런 수석 선임연구원과 에이브러햄 덴마크 선임연구원은 8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이념적 정당성과 권력 네트워크를 적절히 구축하는 작업을 거치지 못한 채 황급히 후계자를 지명한 결과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정당성 및 권위의 결여라는 문제와 씨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이 소수의 군 장성과 당 관료 집단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 개인이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김정은의 경험 부족이 권력 공고화 작업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향후 김정은을 명목상의 1인자로 하고 실제 권력은 군 장성 등 수뇌부에게 분산되는 "1인통치 시대의 종말"이 올 수 있으나 이로 인해 북한의 정치적 역학이 더 복잡해지고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이들은 관측했다.

특히 이 같은 권력 분산 체제가 여러 권력 주자들이 세계 무대를 상대로 허세를 부리기 위해 더욱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약한 국가(weak state)'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김정은이 권력 장악에 성공하더라도 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 개방에 나서야 하지만 북한의 폐쇄적이고 궁핍한 경제사정을 볼 때 개혁이 쉽지 않으며 이러한 개혁이 그 자체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은 개인에 대해서도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 알려지기는 했지만 부친(김정일)의 병적인 성격을 빼다박았다는 평판을 갖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북한이 향후 붕괴 또는 급진적 개혁 어느 쪽을 거치든 동북아의 안정은 "검증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젊은이"인 김정은의 기분에 의해 위협받을 것이며 이러한 점이 한반도와 동북아 일대에 가져올 영향은 "역사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