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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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민속과실로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전령사다. 하지만 올해에는 봄철 저온현상과 일조량 부족 등 세계적으로 나타난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밤의 수확기가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의하면 올해는 3~4월 이상저온 현상으로 싹트는 시기가 평년보다 8일 늦어지고, 또한 5월초까지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개화시기도 평년보다는 1주일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태는 밤이 한창 영글어야할 8월 중순부터 잦은 강우로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9월에 들어서도 무더위의 영향으로 과실생육도 부진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밤나무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밤의 수확기에 영향을 미치는 개화, 결실 및 기상인자에 대한 모니터링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부분의 밤 품종이 추석을 전후하여 수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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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다른 제수용 과일에서도 나타난다. 추석을 보름정도 앞두고 있지만 대추와 단감도 여름철 고온현상으로 인해 착색이 늦어져 지난해에 비해 첫 출하가 약 10일 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포도와 배도 생육이 지연되어 추석이후에나 출하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제수용 과일이 때맞춰 익지 않아 소비자들이 추석에 제대로 익은 과실을 맛보기가 힘들 상황이다.

최근 30년간 평균 추석날짜는 9월 21일로 추석이 9월초로 앞당겨질 경우 올해와 같은 기상이변이 재현된다면 햇과일로 제수용 상차림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에는 기후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과일의 수확기의 예측이 가능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날씨의 변덕성이 심해짐에 따라 예측이 어려워진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기상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 봄철과 여름철 날씨의 변덕성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견해를 밝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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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관계자는 “최근의 이상저온과 강우패턴의 변화, 태풍의 빈발로 인한 과수 농가의 피해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적응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조기에 출하할 수 있는 신품종 육성 및 숙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재배양식에 대한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