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르면 6일 개최하는 노동당 대표자회는 북한 후계체제와 권력구조 개편의 중대 분수령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소집해 "당의 최고 지도기관을 선거(선출)"한다고 북한이 공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1958년과 1966년의 1 · 2차 당 대표자회는 김일성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반대파를 대거 숙청했다. 이번 관심은 김정은의 후계구도다.

◆김정은 어떤 직책 맡을까

김 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이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어떤 직책을 맡게 될지는 안갯속이다. 김정은이 정치국 위원이나 조직지도부 주요 직책을 맡게 된다면 이는 북한이 '후계체제'를 나라 안팎에 공식화하는 것을 뜻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1980년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 조직담당 비서,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원에 선출됐던 것과 같은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당 조직비서를 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원래 수령→당→인민으로 이어지는 '당 우위' 통치체계였지만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국방위원회를 앞세워 독재를 강화했다. 그러나 후계 세습을 위해 핵심 지지층인 300만 당원을 다시 끌어안고 이를 위해 당 대표자회를 열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김 위원장이 당분간 국방위를 관장하고 당은 실질적으로 김정은에게 넘겨 자신의 권력기반을 넓히도록 하는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 탄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 내 분위기에 대해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 55세가 지난 간부들은 다 자리에서 밀려난다는 소문이 돌면서 간부들이 숭숭(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2인자 장성택'의 부상 가능성

일각에선 이번 당 대표자회가 김 위원장의 매제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과도체제를 위한 이벤트며 김정은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최악의 경제난과 김정은의 경력 등을 감안할 때 공식라인에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공식 등장하는 순간 김 위원장의 권력은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권력의 속성을 아는 김 위원장이 과연 갑자기 아들에게 모든 걸 물려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 부위원장이 과도체제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장 부위원장이 당 중앙위 위원,정치국 위원,비서국 비서에 진출하고 공석인 조직지도부장을 맡아 실권을 잡게 될지도 모든다"고 말했다. 장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2인자로 활동하며 북한체제를 안정시킨 다음에 김정은이 김 위원장을 잇는 공식 후계자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