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부문은 한화-두산 '나눠 먹기' 구도

2010년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폭발적인 타선을 자랑하는 롯데가 사상 처음으로 단일구단 타격 부문 싹쓸이에 도전하고 있다.

전체 일정의 88%가량을 소화한 31일까지 타격 주요 8개 부문 중 출루율(삼성 박석민)을 제외한 7개 부문에서 롯데 선수의 이름이 1위에 올라 있다.

이처럼 타격에서 '롯데 천하'를 주도하는 이는 단연 이대호(28)다.

타격 7관왕에 도전장을 던진 이대호는 31일까지 타율(0.360)과 홈런(41개), 타점(122개), 최다안타(156개), 득점(92개), 장타율(0.670) 등 6개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팀 공격의 첨병 김주찬(29)이 무서운 기세로 도루를 쌓아 올리면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이대형(LG)을 제치고 최근 1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기세를 이어 이대호가 박석민과 출루율 경쟁까지 승리한다면 롯데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타격 부문을 독식할 수 있다.

프로야구 29년 역사에서 타격 전 부문을 한 팀이 석권한 적은 없다.

최다안타와 득점을 시상하지 않는 대신 승리타점을 따졌던 1983년 삼성이 7개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쓴 것이 최다 기록이다.

당시 삼성은 도루 부문에서 김일권(당시 해태)에게 1위를 내줘 싹쓸이에 실패했다.

롯데가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서는 데 가장 큰 관문은 이대호와 박석민의 출루율 경쟁이 될 전망이다.

박석민은 7~8월 무더위를 뚫고 0.352의 맹타를 휘두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더니 이대호를 제치고 출루율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숨 가쁘게 방망이를 휘두르던 이대호는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250에 그치며 타격 감각이 살짝 가라앉은 모양새다.

박석민과 출루율 경쟁에는 이대호의 사상 첫 7관왕 달성 여부도 걸려 있다.

박석민보다 1경기 많은 17경기를 앞둔 이대호가 가라앉은 타격 감각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두 가지 대기록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셈이다.

롯데는 출루율 외의 타격 부문에서는 최상위권에 홍성흔, 조성환까지 2~3명씩을 올려두고 있어 무난하게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도루 부문에서 1개 차로 근소하게 앞서긴 하지만, 이대형이 최근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도루도 현저하게 줄어든 터라 김주찬이 조금 더 유리하다.

한편, 투수 부문에서는 '괴물 투수' 류현진(23)을 앞세운 한화와 전통적으로 탄탄한 불펜을 자랑하는 두산이 주요 부문을 사이좋게 나눠 가지는 구도가 형성됐다.

31일까지 류현진이 다승(16승)과 평균자책점(1.77), 승률(0.800), 탈삼진(184개) 등 4개 부문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구원 부문에서는 두산의 이용찬(25세이브)과 정재훈(22홀드)이 각각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다승 부문에서 류현진을 추격하는 SK 에이스 김광현(15승)의 성적이 한화와 두산의 양강 구도를 흔들 만한 변수로 꼽힌다.

세이브 2위를 지키는 넥센 손승락(22세이브)도 이용찬과 3개 차이로 크지 않지만 팀 성적과 남은 경기 수를 감안한다면 뒤집기는 쉽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