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25일 방한했다.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볼리비아와 자원개발 협력이 어떻게 진전될지가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다.

리튬은 2차 전지의 핵심 원료로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의 소금물에서 리튬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1965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볼리비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며 "이번 방문은 이상득 의원(한나라당)과 한국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볼리비아는 '열린 대화'를 정책 기조로 갖고 있기 때문에 잘 통하는 국가들과 보완적이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서로 실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내일 정상회담에서 더 논의해야겠지만 양국 사이에는 유상 · 무상 원조와 자원협력 등 개척할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

리튬 개발과 관련, 한국에 호의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력 수위에 대해서는 정상 회담을 의식해서인지 말을 아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우리가 가진 리튬 개발과 관련된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의했다"며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뛰어난 기술력과 열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았고 볼리비아도 약 500년간 착취를 당했다"며 "양국이 공존할 수 있는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으로부터 탄산리튬 추출 기술 연구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은 모랄레스 대통령은 "청정 기술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 내 정치의 모토"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사장은 "한국만큼 경제성 높은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가진 나라가 없다"며 "모랄레스 대통령이 한국만 방문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을 주관한 이 의원은 "모랄레스 대통령은 염수를 보내줘 리튬 추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라며 "양국이 잘 협력해서 중요한 산업 원료를 확보하는 데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단계적으로 한국의 기술을 볼리비아에 이전해 제품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여 소득 증진에 기여하겠다"며 "한국은 리튬의 실수요자로 자원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정상회담 외에 방한 기간 중 투자설명회를 개최, 한국 기업인과 직접 만나는 기회도 갖는다. LG화학 연구소와 공장을 방문, 최첨단 리튬이온 전지 생산 시설을 둘러볼 계획이다. 인천항만과 인천국제공항 시설도 시찰한다. 또 4개 경제단체장 주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한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도 받을 예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