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라운지] 승화엘엠씨, 요트 마리나 사업 '도전장'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직장에서 쫓겨났던 샐러리맨이 국내 교량포장 분야 1위 기업을 일궈냈다. 서울 마천동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1998년 교량포장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승화엘엠씨의 이승재 회장(49)이 주인공.그가 또다시 레저산업에 뛰어들어 서울 여의도에 요트마리나를 짓고 있다. 157억원을 투입한 요트마리나는 오는 11월 개장한다. 국내 요트마리나 8곳 모두 바다에 위치하고 있지만 도심 강변에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호주의 마리나 운영업체인 슈페리어제티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지난해 10월 서울시로부터 사업권을 따내고 서울마리나클럽앤요트를 설립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에 들어서는 마리나 시설은 수상 1만4600㎡,육상 1만3020㎡ 규모로 요트 90여척을 정박할 수 있다. 이곳에는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클럽하우스를 비롯 계류장 주차장 야외광장 등이 들어선다. 이 회장은 "한강에 요트마리나가 운영되면 서해나 남해에 가지 않고도 편하게 도심에서 요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의 상징인 한강을 대표적인 레저문화 장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양대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회장이 1995년 첫 직장으로 잡은 곳은 쌍용양회.하지만 입사 3년여 만에 이 회장이 팀장으로 있던 토목팀이 외환위기 여파로 구조조정 대상이 돼 팀원 전체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당시 새로운 직장을 잡기가 어려웠던 이 회장은 동료들과 함께 창업하기로 결심,자본금 1억원으로 1998년 7월 승화엘엠씨를 출범시켰다. 사업 아이템은 기존의 아스팔트로 하는 교량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LMC(Latex Modified Concrete) 교면포장공법'.이 공법은 콘크리트에 액상 라텍스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만들어 균열이 생기지 않아 방수효과가 뛰어난 데다 연성이 좋아 기온에 따른 변형 저항성이 강하고 수명도 20년 이상 오래간다. 아스팔트는 쉽게 갈라지고 그 틈으로 빗물이 들어가 교량을 녹슬게 해 교량 수명을 단축시키는 단점이 있다.

이 회장은 "처음엔 시공기술 혼합비율 등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전에 시공한 포장이 오후면 갈라져 걷어내야 했고 심지어 수주한 공사를 포기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해 휴일도 없이 3년여간 연구 · 개발(R&D)에 매달려 2005년 LMC 시공법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LMC 시공법은 이 회사에 날개를 달아줬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교량포장을 LMC 공법으로 하도록 설계에 반영한 것.사실상 독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금까지 인천대교 등 교량 860개(길이 260㎞,면적 337만5000㎡)를 포장하는 등 주요 교량의 90% 이상을 도맡아 시공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러시아에서 기술 제휴를 요청해 오는 등 베트남 유럽 등과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 340억원보다 26% 정도 늘어난 약 4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트마리나를 초기에는 요트 대여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점차 마리나 개발 및 컨설팅, 요트 제작 등 해양레저 전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량포장 분야에서 일군 성공을 발판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