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탈락 시점이나 통상적 시효와 무관"

과거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대학교원은 2003년 2월 이후 재심사 의사를 밝힌 시점부터 대학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임용 부당 탈락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탈락 시점이나 통상적인 시효에 상관없이, 대학의 위법한 재임용거부에 대한 구제절차를 두지 않았던 구 사립학교법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2003년 2월)이 내려진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대학 조교수로 근무하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이모(68)씨가 "부당한 재임용 거부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K대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관련 법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재임용심사 청구권이 생긴 2003년 2월 이후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시점부터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위법한 재임용거부 결정을 한 순간 곧바로 대학에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것으로 봐 그로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10년 이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 주장을 모두 배척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던 1984년 K대학 음악대학 전임강사로 채용돼 근무하다 조교수로 승진했으나 국적 문제로 정규직 전환이 지연되다가, 1989년 대학측의 일방적인 재임용 거부 통지를 받고 교단을 떠났다.

그러다 2003년 2월 헌법재판소가 사립대 교원의 재임용 거부와 관련해 아무런 불복수단을 두지 않았던 당시 사립학교법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과거 재임용 거부의 위법성을 다툴 기회가 생기자 7억여원을 배상하라며 2004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재임용 거부가 위법해 무효라는 이씨 주장을 기각했지만, 2심은 재임용 거부는 무효지만 법정 시효가 끝나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