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경기둔화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2조45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이 보유 외환 다변화 정책을 진행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금리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사상 최저

지난 19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57%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해 1월27일(연 2.53%) 이후 2.5%대로는 떨어지지 않다가 1년7개월 만인 지난 16일 2.57%로 하락했다. 17일과 18일엔 2.6%대로 반등했지만 19일 다시 2.5%대로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하락폭이 0.34%포인트에 달한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떨어졌다. 미국 경기 회복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역설적으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2.4%로 전 분기의 3.7%보다 낮아졌으며 27일 발표되는 수정치는 잠정치보다도 1%포인트 이상 낮은 1.3%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 하락

일본과 유럽의 국채 금리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금융 완화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금융 완화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 국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투자자들이 국채를 미리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0.93%로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달 말 연 2.67%에서 19일 연 2.28%로 20일 사이 0.39%포인트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중국이 보유 외환 다변화를 위해 미 국채를 팔고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것도 금리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상반기 일본 국채를 1조7326억엔어치 매입했다.

한국은 지난달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 완화 정책을 점차 정상화시키고 있음에도 시장금리가 하락세다. 20일 한국 채권시장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1%포인트 떨어진 연 4.13%에 마감했다. 지난해 4월29일(4.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사흘 동안 하락폭이 0.21%포인트에 이른다. 한국 경제가 주요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투자자들의 매수 강도가 높아지면서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