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132개 공공기관의 선진화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과연 공기업들이 경영개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축소했다고 발표한 인력 · 조직 · 업무조차 소관부서 명칭만 바꾸거나 상설 비정규 조직을 신설하는 등 눈속임을 통해 버젓이 종전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직도 노조와의 이면합의로 임금 · 수당을 과다 지급하는 기관이 수십개이고,정부지침과 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집행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이 무려 6000여억원에 이른다. 경영진과 노조 모두 방만경영의 구태와 도덕적 해이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공룡 공기업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말 부채가 109조원을 넘어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가까운데도 올해 성과급으로 1062억원을 책정해 이 중 940억원을 지급했다. 이미 한국전력은 작년 적자가 777억원이고 올 상반기에 2조3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으면서도 500%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고 성과급이 임금의 일부라고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위해 예산지출을 줄이고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수익을 못 내 17곳의 금융성 부채만 155조원을 넘고 보면 당연히 경영개선에 솔선수범해야한다. 그런데도 경영 행태가 이 모양이니 선진화가 헛구호에 그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강도 높은 공기업 경영효율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 경영평가제도부터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한전과 LH만 해도 막대한 영업손실을 내고 심각한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높은 경영평가 등급을 받는 시스템으로는 모럴 해저드 개선이나 자구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