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 상품인 '키코(KIKO)' 판매 은행에 대해 무더기로 징계를 내렸음에도 불구,키코 판매의 적합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번 금감원의 제재가 관심을 모았던 것은 키코 피해 중소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키코에 많이 가입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환율이 당초 전망과 달리 큰 폭으로 오르자 기업의 피해가 속출했고,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15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금감원이 키코 판매 은행 임직원 72명을 대규모로 징계한 것은 은행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피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법정 소송이 끝나고 나서 징계를 해도 될 텐데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은행 직원이 징계를 받는다면 기업에 어떤 식으로든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피해 기업들은 그러나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송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감원이 판단을 회피하는가 하면,오히려 은행이 빠져나갈 수 있는 면죄부를 줬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키코 판매 과정에서 거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쟁점을 금감원이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금감원은 은행과 기업 간 주장이 달라 수사를 통해 판단할 부분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업들은 금감원이 은행의 편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2008년 7월 이후 발생한 손실이전거래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기로 결정한 것 역시 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다. 손실이전거래는 환율 상승으로 키코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은행이 기업에서 피해액을 받아 계약을 청산하는 대신 추가로 제2의 계약을 맺어 손실이 실현되는 것을 막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피해가 훨씬 커졌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4월 손실이전거래를 금지했으나 금융권이 법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이 같은 거래를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판단해 이 규정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이 이뤄진 2008년 7월 이후 손실이전거래에만 책임을 묻겠다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19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한국씨티 SC제일 산업 대구 부산은행 등 9개 은행과 소속 임직원 72명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