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독일엔 왜 相生정책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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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수출대국이다. 지난해에는 1조1210억달러(WTO 통계 기준)어치를 수출해 중국에 이어 아슬아슬하게 2위에 그쳤지만 2003년 이후 6년 동안 세계 1위를 차지해왔다. 독일 인구는 일본보다 35%나 적지만 수출은 일본의 2배에 이른다. 미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인구로 미국보다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그 이유가 뭘까. 첫째,독일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다. 미국이 금융 ·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하는 동안 독일은 우직하게 자동차 기계 화학 제약 전기 금속 등 제조업을 고수해왔다. 벤츠와 BMW 폭스바겐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세계 최강이다. 세계 최고의 인쇄기계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생산된다. 독일의 금속 기술은 누구도 넘볼 수 없다.
둘째,기초 기술에 강하다. 독일 중심부에 있는 괴팅겐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40명 넘게 배출했다. 훔볼트대의 노벨상 수상자도 줄잡아 30명에 이른다. 대부분 물리 화학 등 기초 학문 분야 수상자들이다. 뿌리없는 산업이란 존재할 수 없다. 독일은 뿌리를 중시하고,그 위에서 산업의 꽃을 피운다.
셋째,강한 중소기업이 많다. 헤르만 지몬 전 마인츠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히든 챔피언' 2000개 가운데 3분의 2가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독일어권 기업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어렵사리 일본 기업을 넘어서면 어김없이 부닥치는 기업이 독일 회사들이다. 독일은 한국 제조업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독일이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강한 중소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어떤 '상생 정책'을 쓰고 있어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탄생하고 수출강국이 된 것일까.
하지만 독일에는 이런 정책이 없다. 독일 중소기업을 연구해온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은 "독일과 일본엔 상생 정책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독일 중소기업은 강할까. 여기엔 역사와 문화,철학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독일은 역사적으로 분권화 사회였다. 각 주(州)별로 지방자치가 잘 발달해 애초부터 중앙집권적인 정책이 별로 없고,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책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세 길드 제도에서 비롯된 마이스터 제도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며,이들의 공동 활동을 폭넓게 수용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굳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상생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도 거의 없다.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고등학교만 나와도 마이스터가 되면 부(富)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 '상생 정책'을 쓸 이유가 없는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요즘 들어 대 ·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조만간 정부 부처가 상생 정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을지,그런 내용들이 과연 지속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중소기업들은 지켜보고 있다.
상생 정책보다 더 좋은 것은 '상생 정책이 필요없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식 경영과 기업문화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업인들과 관료,경제 · 경영학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에 경도돼 독일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그 이유가 뭘까. 첫째,독일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다. 미국이 금융 ·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하는 동안 독일은 우직하게 자동차 기계 화학 제약 전기 금속 등 제조업을 고수해왔다. 벤츠와 BMW 폭스바겐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세계 최강이다. 세계 최고의 인쇄기계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생산된다. 독일의 금속 기술은 누구도 넘볼 수 없다.
둘째,기초 기술에 강하다. 독일 중심부에 있는 괴팅겐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40명 넘게 배출했다. 훔볼트대의 노벨상 수상자도 줄잡아 30명에 이른다. 대부분 물리 화학 등 기초 학문 분야 수상자들이다. 뿌리없는 산업이란 존재할 수 없다. 독일은 뿌리를 중시하고,그 위에서 산업의 꽃을 피운다.
셋째,강한 중소기업이 많다. 헤르만 지몬 전 마인츠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히든 챔피언' 2000개 가운데 3분의 2가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독일어권 기업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어렵사리 일본 기업을 넘어서면 어김없이 부닥치는 기업이 독일 회사들이다. 독일은 한국 제조업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독일이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강한 중소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어떤 '상생 정책'을 쓰고 있어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탄생하고 수출강국이 된 것일까.
하지만 독일에는 이런 정책이 없다. 독일 중소기업을 연구해온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은 "독일과 일본엔 상생 정책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독일 중소기업은 강할까. 여기엔 역사와 문화,철학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독일은 역사적으로 분권화 사회였다. 각 주(州)별로 지방자치가 잘 발달해 애초부터 중앙집권적인 정책이 별로 없고,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책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세 길드 제도에서 비롯된 마이스터 제도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며,이들의 공동 활동을 폭넓게 수용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굳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상생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도 거의 없다.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고등학교만 나와도 마이스터가 되면 부(富)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 '상생 정책'을 쓸 이유가 없는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요즘 들어 대 ·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조만간 정부 부처가 상생 정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을지,그런 내용들이 과연 지속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중소기업들은 지켜보고 있다.
상생 정책보다 더 좋은 것은 '상생 정책이 필요없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식 경영과 기업문화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업인들과 관료,경제 · 경영학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에 경도돼 독일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