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필요성은 공감..실효성에는 의견 분분
본고사 등 부활 우려…제외과목 수업파행도 걱정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가 19일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의 핵심은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 줄여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도 줄여보자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영역의 시험을 수준별로 구분해 수험생이 자신의 학력 정도에 따라 골라볼 수 있게 하고 응시과목도 통합, 축소하는 방안을 연구진은 내놓았다.

여기에 응시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려 수험생들이 단 하루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부담감도 덜어냈다.

하지만 현행 수준의 수능이 존재하는 이상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은 여전하고 수능 비중 약화로 오히려 대학별 본고사 부활 등의 우려도 있어 실제 학습부담 경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특정과목이 수능에서 빠지면 고교 수업이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해당 과목 교사들의 집단 반발 가능성도 있어 정부 확정안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개편배경은 =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를 통해 수능체제 개편을 추진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목이 조정돼 필연적으로 수능 응시과목도 바꿀 필요가 있고 두 번째는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입시환경 변화, 세 번째는 현행 수능체제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먼저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세 교과를 수준별로 편성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교과목을 유사 분야끼리 통합한 것이 주 내용이다.

사회 교과의 경우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등 세 과목을 한국지리, 세계지리 두 과목으로 통합하고 법과사회, 정치 등 두 과목은 법과정치 한 과목으로 통합하는 식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고교 1학년에 적용되는데, 이들이 2014학년도 수능에 응시하게 되므로 이에 맞춰 수능체제를 개편한다는 설명이다.

기존의 점수 위주 학생 선발에서 입학사정관제 등 잠재력, 창의력, 인성을 고려한 선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수능 개편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 수는 2008년 4천476명으로 총 입학정원의 1.3%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만8천748명으로 급증, 총 정원의 11%나 됐다.

또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 기준으로만 활용하는 수시모집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총 정원의 60% 이상을 뽑는 데다 학생부만 100% 반영해 선발하는 전형도 계속 늘고 있어 수능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수능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필요 이상의 수험 부담을 주지 말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는 수리영역만 가형(이과형), 나형(문과형)으로 구분돼 있고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모두 동일한 수준의 시험을 치르도록 돼 있어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전공하려는 학생이나 미술을 전공하려는 학생이나 똑같은 국어, 영어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 수학, 영어 모두 A형(지금보다 대폭 쉬운 수준), B형(현행 수능 수준)으로 구분해 선택, 응시하게 할 계획이다.

또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수험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제2외국어ㆍ한문의 경우 대입 반영 비중도 작으면서 점수획득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아랍어에만 응시자가 대거 몰리는 등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 효과 있을까 = 교육계는 이번 개편안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실제 학습부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능 응시횟수 확대가 오히려 수험생들의 시험준비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응시과목 축소도 유사 과목끼리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학습부담을 대폭 경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와 과학탐구 영역에서 한 과목씩만 선택하게 한다지만 여기서 한 과목이란 현행 수능에서는 두 과목과 같은 출제범위에 해당해 선택과목을 최대 4과목에서 한 과목으로 줄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수준별 시험 역시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A형과 B형 전부 준비하다가 수능 원서를 작성할 때 최종적으로 응시유형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므로 학습부담 경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으로 입시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수능점수가 좋은 학생들을 뽑고 싶어하는 대학의 속성상 수능 비중이 줄어들면 본고사,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응시과목 축소로 수능에서 제외되는 과목의 경우에는 관련 교사들의 반발이 예상되며 해당 수업은 아예 다른 과목의 입시준비용으로 변질되는 등 교육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교육계의 공통된 지적 사항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