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즈는 과거 문제 해결 사례들의 모음인 우수한 특허를 근간으로 체계화한 방법이다. 이를 이용해 현재 발생한 문제,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트리즈는 기술 분야의 원가 절감,불량 해소,특허 회피,제품 개발과 기술 예측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원가 절감과 자원 활용

기업과 기관 모두 업무 효율,생산성 향상,원가 절감이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원가 절감 업무에서 어떻게 어디서부터 줄여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고,직관과 경험에 의존해 해결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트리즈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진행하면 시간을 줄이고,수고를 덜 수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트리즈 기법이 '기능 분석(function analysis)'과 '자원 활용'이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문제 분석에 접근해 보자.우선 원가를 분석한다. 각 부품과 공정의 정확한 원가를 모른다면 상대적인 비율로 원가를 추정한다. 그러고 나면 원가 비중이 어디가 큰지,어디에 집중해서 원가 절감 노력을 해야 할지가 보인다. 그리고 시스템의 기능과 각 부품과 공정 사이의 기능을 분석하고,부품 간 또는 공정 간의 기능 관계를 나타내는 '기능 분석도 (function analysis diagram)'를 그린다.

다음으로 '트리밍 (trimming:가지치기)' 과정을 거치는데 '기능 분석도'에서 비싼 순으로 구성 부품이나 각 공정을 없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없앤 부품 또는 각 공정이 하던 기능을 다른 내부 부품,외부 자원에 전가시켜 본다. 즉 다른 부품 또는 기존에 있거나 비용이 적은 다른 자원이 그 없앤 부품과 공정의 기능을 대신할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모색해 본다. 이것이 원가 절감의 핵심 개념이다. <그림1>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서산만 방조제 공사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서산만 양쪽에서 트럭으로 큰 돌을 날라서 물막이 공사를 하는 마지막 연결부에서 급물살이 발생,공사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 방조제 공사 전문가들은 돈이 많이 드는 공사에 애를 먹었다. 정 회장은 어떻게 했을까? 그는 트리즈를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큰 돌을 빨리 양쪽에서 쏟아붓는,돈이 많이 드는 기존 공법을 없애고 그 대신 '폐기할 유조선'이라는 자원을 임시 물막이로 사용했다. 이것이 유명한 '정주영 물막이 공법'이다. 원가 절감과 자원 활용이란 트리즈의 개념을 실전에서 잘 활용한 좋은 사례다.

좀 더 복잡한 시스템의 트리밍 과정에서 모순이 생기거나 기능을 대신해 줄 다른 방법과 지식이 필요하면 트리즈의 여러 문제 해결 방법과 다른 분야의 지식 활용 방법(예컨대 기능 기반 정보 검색인 function oriented search)이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는 DVD 픽업 장치에서 부품을 줄임으로써 개당 3.7달러의 원가를 줄여 연 3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기도 했다.

◆불량 제거

생산 전문 기업과 서비스 기업에서 품질 불량,고객 불만을 야기하는 문제가 많다. 이런 곳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은 고정 관념이 생겨서 불량 문제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거나,문제 해결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 및 직관과 그 분야의 제한된 지식에 주로 의존,불량을 줄이는 데 시행착오적인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하고 그 효과가 미미한 경우도 적지 않다.

트리즈에서는 불량 발생에 대해 현상적으로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근본 원인 분석'을 통해서 시스템 내에 내재된 불량을 발생시키는 요인을 찾아서 해결한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불량 문제에 많이 활용하는 '근본 원인 분석(root cause analysis)'은 마치 큰 병원에 가면 의사가 혈액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환자를 진찰,병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불량 현상에 대해서 '왜 이 현상이 생기지?'라는 질문을 하며 원인을 분석하고 추정,불량 원인들 간의 관계를 <그림2>에서 처럼 '나뭇가지 형태(tree structure)'로 구상해 그려 보면 불량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다.

처음에 얻은 대안이 다른 문제 없이 불량 현상을 없애거나 줄인다면 바로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그 대안이 불량 원인은 제거하지만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면,이 상황은 모순의 문제가 된다. 당연히 트리즈의 문제 해결 방법들이 좋은 해결안 도출에 촉매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수율 향상,불량 감소로 수천억원의 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허 회피, 특허 개발

'특허 괴물(patent troll:특허를 모아서 그 특허를 사용하는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 관한 기사나 비싼 특허 로열티 지불 사례로 요즘 특허 문제에 관심이 많다. 특허를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비즈니스적으로 싸게 처리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나 이왕이면 회피할 수 있는 특허나 더 효과가 좋은 특허를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기본 개념은 특허 분석으로,특허 목적 및 기능을 정의하고 특허청구항의 구성 요소 간 관계를 엄밀히 기술적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청구항의 주요 구성 요소가 A+B+C+D로 분석됐다고 하자.특허 회피와 개발은 A+B+C+D′로,즉 기존 특허의 구성 요소 D 대신에 특허의 목적을 실현하고 같은 기능을 하면서 D와는 다른 구성 요소인 D′로 바꾸면 새로운 특허 A+B+C+D′가 될 수 있다. 또한 구성 요소 D 없이,기존 구성 요소 A,B,C가 D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변형하는 특허를 만들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이나 다른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면 특허의 목적을 실현하면서 같은 기능 또는 더 나은 기능을 하는 특허인 A+B+c+d 형태의 특허를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새 특허가 비싸지 않게 기술적으로 실현이 가능하다면 매우 효과적인 것이다.

이런 일련의 특허 회피나 개발 과정에서 특허 분석,기능 분석과 다른 기능 구현 방법의 검색과 모순 해소,기술 진화 법칙 등 트리즈의 주요 문제 해결 방법의 활용이 효과적이다.

◆신사업 예측

기술 분야의 고전 트리즈에서는 우수한 특허,기술혁신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8가지 기술진화법칙과 단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기술예측이나 기술로드맵의 메가 트렌드를 예측해 왔다. 기술이 진화해 가는 큰 발전 방향과 단계를 예측할 수 있으며,각 단계의 적용으로 유망 기술들의 도출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경영 혁신 사례들이 우수한 특허를 분석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것이 비즈니스 진화 법칙과 단계들로 정리되고 있다.

한 예로 '고객 만족'의 변화에 대한 법칙과 그 단계로는 생필품(commodity)→제품(product)→서비스(service)→경험(experience)→변환(transformation:공급자에게로 책임 변환)으로 발전한다는 비즈니스 진화 법칙과 그 단계가 있다.

이 고객 만족의 비즈니스 진화 법칙으로 햄버거 사업의 진화 예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빵,고기,야채를 따로 먹는 단계(생필품 단계)→②제품형태로 만들어진 햄버거(제품단계)→③제품에 '패스트 서비스'란 개념이 추가된 '패스트 푸드' 햄버거 비즈니스 단계(서비스 단계)→④ 햄버거를 먹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더 제공하는 것으로 장난감을 주거나 기념품을 주어 같은 물건을 가졌다는 동질감의 경험을 하게 진화된 비즈니스 단계(경험단계) 등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운동 기구와 헬스 비즈니스에도 적용해 보자.

①집에서 개별적으로 아령,역기를 쓰던 단계(생필품 단계)→②러닝머신 등 운동장비,제품으로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단계(제품단계)→③운동장비,제품에 트레이너의 운동 지도 서비스가 추가된 단계(서비스 단계)→④서비스 단계에 동호회 등으로 새로운 경험과 고객 만족을 추가하는 비즈니스 단계(경험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진화 사례들을 보고 그 근간이 된 비즈니스 진화 법칙의 각 단계를 체계적으로 활용한다면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와 신사업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 진화가 빠른 IT 분야의 예를 보자.'아이리버'라는 국내 MP3 기기가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크게 히트를 쳤다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매출이 급속히 줄었다. '아이리버'가 가볍고,디자인이 예쁘고,메모리가 큰 방향으로 기술 개선을 시도하는 동안 비슷한 중국산 저가품과 전혀 새로운 개념의 '아이팟 (I-pod)'이 MP3시장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아이리버 등 MP3 기기는 '제품'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반면에,'아이팟'은 디자인도 예쁘지만 여기에 '아이튠(I-tune)'이라는 음원 서비스가 결합된,'서비스' 단계로 발전해 나갔던 것이다. 요즘 뜨고 있는 스마트폰을 분석해 보면 휴대폰에 여러 인터넷 서비스가 결합된 신상품이다.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거나 신사업을 찾는다면 기존 사업의 업(業)부터 우선 정의해야 한다. 기존 업의 개념에 비즈니스 진화 법칙과 사례들을 참조해서 신사업 영역을 넓게 구상해 보자.기존 제품에 서비스를,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온라인 비즈니스를 붙여 보자.여러 신사업이 체계적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융 · 복합화와 서비스가 결합된 신사업들을 많이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환경 변화 △도시화 고령화 등 사회 변화 △디지털화 융 · 복합화 등 기술 변화 △국가 정책 세계 경제 변화 등 메가 트렌드 △고객 및 시장 변화 △인간의 심리 욕구 욕망 연구 등이 모두 중요하다. 이에 관심을 갖고 트리즈의 기술 및 비즈니스 진화 법칙들을 같이 활용하면 미래를 예측해 신사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배우려면…

효과적인 트리즈 지식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한경아카데미 HiCEO(www.hiceo.co.kr)의 '창조경영과 트리즈' 온라인 과정과 한국산업기술대 원격기술지원센터의 기술 트리즈 과정(www.ikpu.ac.kr) 등을 추천한다. 삼성경제연구소(www.seri.org)의 '트리즈 경영혁신 포럼' 자료실도 유용하다. 한국트리즈학회(www.KoreaTRIZCON.kr)에 가입해서 월례 포럼 및 학술대회,오프라인 교육과 코칭을 받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까이로는 한경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창조경영을 위한 비즈니스 트리즈 전문과정'이 다음 달 2,3일 열린다(ac.hankyung.com).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