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중국의 도덕재무장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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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범속 · 저속 · 세속 영합주의(3속 · 三俗)를 결연히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TV에 비쳐지던 선정적인 장면이나 졸부들의 짝짓기 같은 프로그램들은 집중 공격을 받고 자취를 감췄다.
관영 언론들은 전국 어디서 가라오케와 사우나 업소가 퇴폐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문을 닫았고,몇 명이 잡혀갔다는 것을 중계방송하듯이 몇 달째 전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하루 두 차례씩 라디오를 통해 집단체조 음악을 내보내기로 했다. 3년 만에 부활한 집단체조 음악방송으로 베이징의 각 기업과 공무원 500만명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운동을 하게 됐다.
중국에선 요즘 이렇게 흐트러진 정신문화와 부패로 일그러진 관리의 위상을 바로잡고,집단적 의식을 고취하는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지만 매번 반복되던 관리들의 부정을 때려잡겠다는 말과는 차원이 좀 다른 것 같다. 도덕 재무장 운동이라고 해도 크게 잘못된 말은 아닌 듯하다.
중국에서 도덕 재무장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가깝게는 지난 5월 광둥성을 중심으로 벌어진 연쇄파업이 도화선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조직인 공회(일종의 노조)를 부정하고,노조 대표를 직접 뽑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산당과 인민 간에 틈이 벌어졌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매년 수만건씩 벌어지는 주민들의 집단적 시위는 경제나 환경문제 이슈일 뿐 공산당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치적 성격은 갖고 있지 않았다. 1당 집권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공산당으로서는 화들짝 놀랄 일인 게 틀림없다.
광둥성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30년 만에 부활시키고,중앙정부는 집단적 임금협상을 거부하면 회사 측에 벌금을 물리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친노동자 정책의 도입방침을 발표하며 서둘러 사태를 봉합했다. 그러나 빈부격차 확대 등 일반 서민들의 불만을 땜질식 처방으로 달랠 수는 없고 뭔가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온 게 도덕 재무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의 사회기강 다지기가 내부 통치용으로만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강국"이라며,중국이 일본을 제쳤다고 선언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신문인 환구시보는 최근 장융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주임의 기고를 통해 "영국과 프랑스,옛 소련,그리고 일본 등이 2위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1위의 자리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과 견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훈련을 하고,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 개입하는 것도 세계 2위에 대한 '압력과 견제'로 보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위안화 절상압력 역시 일본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온 플라자 합의와 같은 음모가 깔려 있다고 인식한다.
밖으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압력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단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인 것 같다. 빈부격차 같은 문제가 도덕 재무장이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해결될 리는 없지만 중국이 스스로를 다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는 결국 민족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대국의 틈에 둘러싸인 한국이야말로 신발끈을 다시 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베이징=조주현 forest@hankyung.com
관영 언론들은 전국 어디서 가라오케와 사우나 업소가 퇴폐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문을 닫았고,몇 명이 잡혀갔다는 것을 중계방송하듯이 몇 달째 전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하루 두 차례씩 라디오를 통해 집단체조 음악을 내보내기로 했다. 3년 만에 부활한 집단체조 음악방송으로 베이징의 각 기업과 공무원 500만명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운동을 하게 됐다.
중국에선 요즘 이렇게 흐트러진 정신문화와 부패로 일그러진 관리의 위상을 바로잡고,집단적 의식을 고취하는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지만 매번 반복되던 관리들의 부정을 때려잡겠다는 말과는 차원이 좀 다른 것 같다. 도덕 재무장 운동이라고 해도 크게 잘못된 말은 아닌 듯하다.
중국에서 도덕 재무장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가깝게는 지난 5월 광둥성을 중심으로 벌어진 연쇄파업이 도화선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조직인 공회(일종의 노조)를 부정하고,노조 대표를 직접 뽑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산당과 인민 간에 틈이 벌어졌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매년 수만건씩 벌어지는 주민들의 집단적 시위는 경제나 환경문제 이슈일 뿐 공산당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치적 성격은 갖고 있지 않았다. 1당 집권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공산당으로서는 화들짝 놀랄 일인 게 틀림없다.
광둥성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30년 만에 부활시키고,중앙정부는 집단적 임금협상을 거부하면 회사 측에 벌금을 물리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친노동자 정책의 도입방침을 발표하며 서둘러 사태를 봉합했다. 그러나 빈부격차 확대 등 일반 서민들의 불만을 땜질식 처방으로 달랠 수는 없고 뭔가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온 게 도덕 재무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의 사회기강 다지기가 내부 통치용으로만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강국"이라며,중국이 일본을 제쳤다고 선언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신문인 환구시보는 최근 장융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주임의 기고를 통해 "영국과 프랑스,옛 소련,그리고 일본 등이 2위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1위의 자리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과 견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훈련을 하고,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 개입하는 것도 세계 2위에 대한 '압력과 견제'로 보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위안화 절상압력 역시 일본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온 플라자 합의와 같은 음모가 깔려 있다고 인식한다.
밖으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압력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단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인 것 같다. 빈부격차 같은 문제가 도덕 재무장이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해결될 리는 없지만 중국이 스스로를 다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는 결국 민족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대국의 틈에 둘러싸인 한국이야말로 신발끈을 다시 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베이징=조주현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