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통일세 도입 논의를 제안했다. 또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언젠가는 올 통일시대를 위해 비용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 후 일정기간 최소 수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통일세를 검토할 만한 경제력이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급변 사태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등 통일세 도입을 위한 세부 준비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세 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 도입까지는 통일비용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통일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는 데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추진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2008년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일비용 지불 용의에 대해 10명 중 3명은 부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사회 각계의 폭넓은 논의를 주문한 것은 규모와 징수 방법,용도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도입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의 순으로 이행하는 평화통일 3단계 방안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실천적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