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개정된 미국 세법에서 한계 세율은 97%에 달했다. 이는 월급쟁이가 아닌, 일정 금액 이상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한계에 초과하는 100달러에 대해 고작 3달러만 가져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세제로는 사람들이 초과 업무를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한계 세율을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세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이 수차례 지속되면서 미국은 엄청난 빚더미 위에 오르고, 세수는 줄어드는데 지출이 많아지게 되자 미국 정부의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이 엄청난 빚을 탕감받기 위해 파산 전문 변호사를 만나는 대신 양적완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린스펀에 이어 더욱 강력한 헬리콥터 벤의 강력한 양적완화 덕택에 지난 8년간 미국의 달러화는 33%나 절하됐다. 이는 미국 채무의 33%가 탕감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양적완화를 통해 이자율이 동기간 에 절반으로 내려갔으니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금융위기 등 몇 차례의 위기가 결국 미국을 살린 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과연 미국이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새벽(12일) 발표한 미국 2위의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의 실적은 시장 예상치보다 좋았다. 제조업에서 고용이 개선되는 등 경기가 막 돌아서려는 찰나에 있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적은 돈을 들여 경기를 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6개월 이내 써야하는 현금 쿠폰 을 발행하면 현재 공장가동률 74.7%는 곧장 새로운 투자를 유발시킬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고용시장을 호전시킬 수 있고 소비를 강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많은 자금이 필요치 않은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단지 돈만 찍어내는 양적완화에만 치중하는 것을 보면 미국은 경기를 살릴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만일 당장 경기가 살아나면 돈의 쓰임새가 많아지게 되고 금리가 오르면 미국은 GDP 규모의 350%나 되는 부채에 눌려 질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정책적 배려는 늘 핵심을 벗어나고, 그저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목 아래 한다는 것이 늘상 양적완화 뿐인 셈이다. 양적완화가 과연 경기에 도움이 얼마나 될까? 돈을 아무리 찍어낸들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에서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도, 빌려 주고자 하는 사람도 없으니 은행에만 쌓일 뿐이다. 문제는 '소비'이지, 시장에 돈이 부족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돈을 아무리 많이 찍어낸들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월마트에서 7월 한달간 전체 취급 상품의 물가가 5.8% 평균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JP모건이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크다면서 양적완화를 재개하겠다는 연준의 연설문을 보니 미국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지금 당장 경기를 살리려기 보다는 아직은 부채 탕감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