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브레이크 필요한 공기업과 지자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인은 없고 무책임한 투자 남발
민간참여 활성화로 경쟁 유도를
민간참여 활성화로 경쟁 유도를
공기업의 투자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 산하의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개발공사가 모두 그러하다. 재정상태에 심각한 '적색경보'가 들어올 징후가 보이고 일부 공기업과 다수의 지자체는 이 문제가 이미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와있다.
선거가 거듭될 때마다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정치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가들이 제시하는 미래와 비전은 대부분 돈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무슨 돈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정치적 구호만 난무한다. 정치 과잉의 사회가 초래한, 피하기 힘든 함정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떤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훨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공기업이 앞장서서 투자하는 사업은 무모함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민간 기업이 하는 투자행위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불확실한 안갯속에서 이뤄지는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민간 기업이 하더라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우선 민간 기업은 사업 전망을 턱없이 장밋빛으로 보지 않는다. 의심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먼저 한다. 그래서 일단 투자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사업을 확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언제라도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발을 뺄 수 있게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의 양은 늘어나게 되고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되게 마련이다. 이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투자하든지 아니면 포기한다. 투자자금의 주인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이런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사업의 효과를 정치적 비전으로 과대포장해서 보기 일쑤다. 투자의 최전선에 있는 공기업은 일단 사업에 착수해 일을 벌여야 자리가 생기고 더많은 할 일이 생긴다. 이러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투자부터 해버리기 일쑤다. 나중에 사업성과가 별로인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발을 뺄 수는 없다. 새롭게 형성된 기득권의 저항이 무섭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의 주인은 국민인데 의사결정하는 사람은 정치가이거나 공기업 임직원이다. 이게 문제다.
지자체의 문제는 정치 과잉 현상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단체장과 지역의회를 하나의 정당이 석권하는 일이 거듭돼 왔다. 일부 지역은 여당이 차지하고,또 다른 지역은 야당이 자리 잡는다. 이렇게 되면 자치단체가 투자하는 일에 대해 지방의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기가 어렵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 틀이 깨져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는 없고 액셀러레이터만 있는 꼴이다. 이런 투자가 거듭된 결과가 최근 불거진 공기업 재정적자와 지방개발공사가 남발한 사업들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국가기간산업과 인프라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그랬고 울산공업단지가 그랬다. 과거엔 기간산업과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만 하면 곧 엄청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우리의 소득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지만,경제성장 속도는 둔화되었고,인구가 줄어드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지자체가 앞장서는 투자,공기업이 집행하는 사업을 진지하게 다시 검토해야 될 때가 되었다. 최근의 공기업 재정문제 악화와 지자체 단체장의 교체로 인한 불협화음 등은 이런 문제가 이미 우리 눈앞에 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더이상 국민의 돈을 경쟁없는 의사결정을 통해 집행하게 해서는 안된다. 민간참여 활성화를 통해 경쟁시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손양훈 < 인천대 교수·경제학 >
선거가 거듭될 때마다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정치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가들이 제시하는 미래와 비전은 대부분 돈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무슨 돈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정치적 구호만 난무한다. 정치 과잉의 사회가 초래한, 피하기 힘든 함정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떤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훨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공기업이 앞장서서 투자하는 사업은 무모함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민간 기업이 하는 투자행위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불확실한 안갯속에서 이뤄지는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민간 기업이 하더라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우선 민간 기업은 사업 전망을 턱없이 장밋빛으로 보지 않는다. 의심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먼저 한다. 그래서 일단 투자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사업을 확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언제라도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발을 뺄 수 있게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의 양은 늘어나게 되고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되게 마련이다. 이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투자하든지 아니면 포기한다. 투자자금의 주인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이런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사업의 효과를 정치적 비전으로 과대포장해서 보기 일쑤다. 투자의 최전선에 있는 공기업은 일단 사업에 착수해 일을 벌여야 자리가 생기고 더많은 할 일이 생긴다. 이러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투자부터 해버리기 일쑤다. 나중에 사업성과가 별로인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발을 뺄 수는 없다. 새롭게 형성된 기득권의 저항이 무섭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의 주인은 국민인데 의사결정하는 사람은 정치가이거나 공기업 임직원이다. 이게 문제다.
지자체의 문제는 정치 과잉 현상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단체장과 지역의회를 하나의 정당이 석권하는 일이 거듭돼 왔다. 일부 지역은 여당이 차지하고,또 다른 지역은 야당이 자리 잡는다. 이렇게 되면 자치단체가 투자하는 일에 대해 지방의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기가 어렵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 틀이 깨져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는 없고 액셀러레이터만 있는 꼴이다. 이런 투자가 거듭된 결과가 최근 불거진 공기업 재정적자와 지방개발공사가 남발한 사업들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국가기간산업과 인프라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그랬고 울산공업단지가 그랬다. 과거엔 기간산업과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만 하면 곧 엄청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우리의 소득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지만,경제성장 속도는 둔화되었고,인구가 줄어드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지자체가 앞장서는 투자,공기업이 집행하는 사업을 진지하게 다시 검토해야 될 때가 되었다. 최근의 공기업 재정문제 악화와 지자체 단체장의 교체로 인한 불협화음 등은 이런 문제가 이미 우리 눈앞에 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더이상 국민의 돈을 경쟁없는 의사결정을 통해 집행하게 해서는 안된다. 민간참여 활성화를 통해 경쟁시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손양훈 < 인천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