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뉴욕시의 한 호텔.20여명의 은행가,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미국 상원의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 의원과 상원의 존 코닌 공화당 전국위원장을 만났다. 두 공화당 실력자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ABC방송은 월스트리트가 공화당의 구애에 화답해 지갑을 열어젖혔다고 10일 보도했다. 월가는 그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감독개혁법에 반발해왔다. 서너 명의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월가 개혁법에 반대한 공화당 후보들에게 월가가 본격적으로 선거자금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공화당으로 금융권 선거자금 몰려

ABC방송이 시민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올해 상반기 중 은행가와 브로커,자금운용가 등이 야당인 공화당 소속 후보들에게 기부한 선거자금은 여당인 민주당 쪽의 2배에 달했다. 금융권이 이 기간 중 지원한 약 700만달러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상원의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덕 웨버 CRP 선임연구원도 "최근 몇 달 동안 대형 금융사들이 공화당 후보에게 기부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원의원 출마자 중 월가로부터 받은 선거자금 액수가 많은 상위 10명 가운데 공화당 후보들은 7명을 차지했다. 월가의 큰손들은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접전 지역의 공화당 후보들에게 자금을 몰아주는 경향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에서 상원의원직에 도전한 공화당의 마크 커크 후보는 상반기 중 금융업계로부터 53만5280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오하이오의 롭 포트먼(39만4096달러),펜실베이니아의 팻 투미(31만9459달러),캘리포니아의 톰 캠벨(31만4900달러) 등 공화당 후보들이 그 뒤를 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월가 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한 뒤부터 대형 은행 임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공화당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로 금융감독개혁법안 처리를 주도했던 해리 리드 의원이 25만4970달러,같은 당의 블랜치 링컨 의원이 25만2781달러에 그친 게 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데 모금 실적에서 공화당의 신예 후보들에게 밀리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자금 놓고 민주 · 공화 신경전도

민주당은 기업들의 선거광고비에서도 공화당에 밀릴 판이다. 지난 1월 연방 대법원은 미국 기업과 노조가 선거기간에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선거광고에 돈을 쓰지 못하도록 한 기존 법규정이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한 것이다.

이와 관련,AP통신은 민주당보다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 후보를 위한 기업 광고비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판결은 특수 이익집단들의 돈이 정치권에 몰려들 수 있도록 파란불을 켜준 것"이라고 비난 성명을 낸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다급해진 민주당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지난 6월 기업의 선거광고를 일부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맞불을 놨다. 법안은 기업이 선거광고를 하면 최고경영자나 선거자금 기부자 등을 밝히도록 했다. 또 정부와 10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정부의 구제금융을 상환하지 않은 기업은 정치자금을 댈 수 없도록 차단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