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음에도 은행 예금금리는 한달 동안 오히려 뒷걸음치거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예금금리 올리기를 주저하거나 올렸더라도 일부 상품에 국한하는 등 `생색내기'에 그쳤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대표예금 상품 금리를 지난 7월 2일과 이달 10일 현재와 비교한 결과 대부분 같거나 오히려 낮았다.

신한은행의 1년 만기 민트정기예금 금리(영업점장 우대금리)는 10일 현재 3.72%로, 기준금리 인상 한 주 전인 지난 7월2일 3.84%보다 0.12%포인트 낮았다.

국민은행의 슈퍼정기예금 금리도 이번 주 3.80%가 적용돼 지난달 초와 차이가 없었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은 지난달 1일부터 지금까지 줄곧 3.85%(우대금리 포함때 최고 3.85%)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예스큰기쁨 정기예금 금리도 4.0%(본부승인금리)로 7월초와 비교했을 때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하나은행은 이 기간 3.50%에서 3.70%로 0.20%포인트 올랐고, 기업은행은 현재 창립 49주년을 맞아 4.23%의 특판예금을 판매 중이다.

예금금리가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 전과 차이가 없는 것은 우선 시장금리가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지난 7월8일 3.46%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9일에는 3.49%로 0.03%포인트 뛰었고 14일에는 3.54%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15일부터 하락세를 타다가 8월 들어 그나마 회복해 이달 9일 현재 3.52%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 0.06%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부동산 침체와 예대율 규제 여파로 대출이 감소하면서 은행채 발행이 줄어든 가운데 안정적이고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내는 은행채에 대한 투자 수요는 늘어나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채 금리가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미리 시장에 반영된 측면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6월에만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40%포인트 인상하는 등 시장금리를 반영해 금리를 조정해왔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이 지난달 예금금리를 올린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시늉'에만 그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1일 일부 예금상품의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면서 대표 상품인 슈퍼정기예금은 최저금리만 0.20%포인트 올렸다.

외환은행도 지난달 14일 예스큰기쁨 정기예금의 고시금리만을 0.25%포인트 올렸다.

실제로 최저금리나 고시금리로 예금에 가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금리 인상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당분간 예금금리가 더 오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과 이후 시장금리 상황을 본 뒤 조정할 것"이라며 "은행의 자금운용이 여의치않기 때문에 과거처럼 예금금리를 쉽게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