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살림이 아무리 힘들어도 교육비만큼은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생각이다. 학력과 학벌에 의해 자녀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빚을 얻어서라도 자녀교육에 투자한다.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전체 교육비는 40조원에 이른다. 세대당 239만원으로 2000년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전체 가계소비지출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0년의 5.4%에 비해 2.1%포인트나 높아졌다. 교육비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더 높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2008년의 평균 물가 상승률은 3.2%인 데 반해 같은 기간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평균 6.4%에 이르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미리미리 교육비를 준비해 두는 게 필요하다.

◆자녀 나이에 따라 다른 상품을

교육자금을 준비할 때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대학 학자금 마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2008년 사립대 인상률 7%로 가정할 경우 현재 대학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이라면 10년 후엔 1967만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년 후에는 3870만원 정도로 커지게 된다. 현재 대학 등록금 1000만원만 마련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등록금 인상액까지 감안해 학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유학을 고려한다면 목표 자금의 두 배까지 준비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자녀 교육비는 어렸을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간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인 복리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으며,다소 고수익 고위험의 투자를 하더라도 장기투자를 통한 변동성의 축소로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자녀가 초등학생인지,중 · 고교생인지에 따라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입시점에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보험사의 교육보험이,중학생이라면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고교생이라면 은행권의 정기예 · 적금이 유리하다.

◆초등학생에겐 보험사 교육보험을

교육자금을 위한 보험사의 대표적인 상품은 교육보험이다. 교육보험은 소정의 금액을 불입하다가 진학,졸업 등 특정시점에 약정된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교육보험은 적립금을 쌓는 방식에 따라 공시이율형과 실적배당형 두 가지가 있다. 공시이율형은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과 국고채,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 등 시장금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는 대비할 수 없다는 게 약점이다.

그래서 요즘은 교육보험과 변액보험의 장점을 결합시킨 변액적립보험이 인기가 높다. 이 상품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높은 교육비 인상률에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주식형,혼합형,채권형 등 여러 펀드가 있어 금융 환경에 따라 탄력적인 펀드 운용이 가능하다. 가입 후 7년이 경과하면 수수료가 저비용 구조를 갖게 돼 자녀의 교육자금 마련과 같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도 인출도 가능해 시기별로 필요한 교육자금에 대처하기 쉽다. 변액보험은 펀드 운용에서도 시장상황에 맞게 채권형,주식혼합형 등 다양한 펀드를 비용 없이 선택할 수 있다. 보험 내 2개 이상의 펀드를 분리 운영해 매입단가를 낮추는 코스트에버리징(DCA)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보험의 특성으로 보험료 납입면제특약과 교육자금 보장특약을 통해 부모의 사망이나 장해로 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을 때도 자녀에게 교육자금이 지급되게 해 자녀 교육과 관련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중학생은 적립식 인덱스펀드가 '딱'

최근 자녀 교육자금 마련 목적의 어린이 전용펀드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적립식 펀드가 인기인 이유는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저가매수가 가능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DCA 효과가 있는 데다 경기 사이클의 변동에 따라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경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7년 정도 여유가 있는 교육자금 마련의 경우 적립식펀드가 좋다. 그 중에서도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로 운용하되 국내 펀드 가입을 권유한다. 특정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인덱스에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해외 펀드는 비과세 혜택도 없어지고 국내 펀드에 비해 환위험까지 존재한다는 점에서 교육자금 마련을 위해선 국내 주식형 인덱스 펀드가 적합하다고 본다.

하지만 7년 이상의 적립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적립식 펀드 이외의 다른 상품을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 적립식 펀드의 초기 시점에는 적립액이 적어 매입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적립금이 커질 경우엔 그 효과가 미미하다. 또한 비용 측면에서도 보통 7년 초과시 변액보험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커지므로 적립식 펀드는 7년 이내로 운용하는 게 적절하다.

◆고교생은 은행 정기예 · 적금이 적합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은 세제 혜택이 있거나 예금자 보호가 되는 상품 위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단기간에 학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 번 실패로 인한 회복을 기대하기엔 투자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이 길지 않을 경우 은행의 정기예 · 적금을 추천한다. 이 상품은 현금 흐름의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해준다. 정기적금은 일정 기간 매달 일정액을 불입해 만기 후에 금액을 환불받는 예금이다. 보통 1년 단위로 운용하고,만기 시 수령한 목돈을 재예치해 일정 기간 뒤 원리금을 환불받는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방식을 권한다.

3년 이내에 교육자금이 필요할 경우 정기예 · 적금을 활용한다면 안전하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은행권의 금리 수준은 1년 만기 기준으로 적금은 연 4%,예금은 연 3%대 후반 정도로 이자소득세 15.4%를 감안하면 3% 정도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전하게 수익을 좀 더 창출하려면 저축은행을 활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적금은 연 5%대,예금은 4%대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은행에 비해 부실 위험이 존재하므로 예금자보호가 되는 원리금 5000만원 이내에서 금융회사별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은행권 상품의 장점은 원금 손실 없이 목적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간이 3년 이하로 단기에 필요한 학자금을 마련할 때 유리하다. 쉽게 해약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윤항식 교보생명 강남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 yhs069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