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늘어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2분기 순이익은 1분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등으로 충당금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는지를 실사하는 등 충당금 적립 규정을 크게 강화한 것도 한 원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은행들이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대가라는 데 이론이 없다. 한 은행장의 말대로 "은행 경영은 리스크관리 놀음"이라는 점을 실감하는 시점이다.

◆금감원,충당금 적립 실사


1995년 말 당시 은행감독원은 유가증권평가 충당금 적립비율을 30%로 낮췄다. 규정대로 하면 100%를 쌓아야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무더기 적자를 낼 위기에 처하자 '최소한 50%'를 주장하던 은감원은 적립률을 30%로 내렸다. "은행들의 대외신인도를 고려해서"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감독당국이 충당금 적립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은행 이익은 춤을 췄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관행은 사라졌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상반기 결산 때 기준은 더욱 강화됐다. 6월25일 발표한 기업구조조정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제대로 쌓도록 했다.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충당금도 확실히 적립토록 했다. 충당금 적립 기준도 강화됐다. 연대보증인의 신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대출받은 기업의 신용도만 따져 여신을 분류토록 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이런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실사까지 하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은행들은 상반기 실적 발표를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KB · 우리금융 충당금 1조원 넘을 듯


하나금융은 2분기 180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1분기(3007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원인은 역시 충당금 부담 증가다. 충당금 적립액은 1분기 1665억원에서 2분기엔 2588억원으로 923억원 늘었다. 당기순이익 감소규모와 엇비슷하다.

화급한 건 우리금융과 KB금융이다. 우리금융은 2분기에만 1조원가량의 충당금을 쌓을 예정이다. 1분기와 합치면 1조5000억원이 넘는다. 기업구조조정여신,부실화된 부동산 PF 대출,경남은행 사고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KB금융도 2분기 충당금 규모가 6000억원을 넘어선다는 후문이다. 1분기와 합치면 1조원 이상을 적립하는 셈이 된다. 대신증권은 "2분기 KB금융 순이익은 2100억원으로,우리금융은 70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금감원 실사과정에서 충당금 적립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실제 순이익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2분기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 경영은 리스크 관리 놀음"


신한금융은 여유가 있다. 2분기 충당금 적립규모도 3000억원을 약간 넘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순이익은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7790억원)와 합치면 상반기에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게 된다. 총자산이 311조원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각각 325조원)보다 적은 걸 감안하면 양호한 수익성이다.

결국은 리스크관리 문제다. 신한금융의 리스크관리가 그만큼 철저해 충당금부담이 적었고,이에 따라 순이익이 늘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배구조가 나름대로 확립돼 있어 리스크관리를 우선시할 수 있었다"며 "반면 KB금융은 그동안 경영권 공백으로,우리금융은 잦은 경영진 교체가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충당금을 많이 쌓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실 조짐을 보이는 여신에까지 충당금을 쌓아 놓으면 3분기부터는 실적이 좋아질 수 있어서다. 또 문제된 여신이 정상화되면 충당금은 고스란히 이익으로 환입되기도 한다. 우리금융 등이 1분기에 하이닉스와 삼성생명 주식매각으로 대규모 특별이익을 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면 하반기엔 1조원가량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다.

경제부 금융팀장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