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자동차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완성품 업체에서는 공장가동 중단,제품생산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맞게 제때 부품을 공급해 주지 못해서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적기 생산(Just In Time)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예기치 못한 부품 부족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부품 공급차질로 공장 수시로 중단

애플은 지난해 7월 도시바에 5억달러의 선금을 주고 플래시메모리칩 공급계약을 맺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애플은 요즘 주요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수요가 늘자 도시바는 최근 미국의 샌디스크와 함께 욧카이치 공장에 낸드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애플에 터치스크린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도 지난 4월에 6억500만달러를 투자해 파주에 신규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공장은 모두 내년 하반기에나 가동될 수 있어 애플의 부품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닛산자동차도 핵심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조달에 차질이 빚어져 공장 가동을 며칠간 중단했다. 닛산에 전자제어장치(ECU)를 공급하는 히타치가 납기를 제때 못 맞춘 것이 원인이었다. 닛산은 14~16일 사흘간 일본 도치기와 옷파마,규슈 지역에 있는 완성차 조립공장 4곳의 조업을 중단했다. 히타치의 납품이 늦어진 것은 ECU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고객사에 납품해야 할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이유로 히타치에 공급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휴대폰제조업체인 대만의 HTC도 스마트폰 출시 일정이 늦어져 발을 구르고 있다. 이 회사는 부품 부족으로 미국의 버라이즌과 스프린트넥스텔에 공급할 2종의 스마트폰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어떤 부품이 문제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HTC는 최근 소니와 LCD디스플레이 공급계약을 체결했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부품 부족과 동시에 생산이 중단되다시피하는 것은 대부분 재고가 거의 없는 적기생산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물건이 팔리는 양에 따라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체계여서 비용 측면에서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예기치 못한 공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의 야마지 마사춘 시니어애널리스트는 "경기 후퇴로 인해 많은 부품업체들이 생산능력을 줄이고 설비 업그레이드를 연기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수요가 증가하자 공급망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중국의 파업도 부품난 부채질


중국 광둥성 난하이의 혼다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에서는 파업이 발생해 또다시 혼다차 완성차 공장의 생산 중단이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혼다차에 변속기 레버를 공급하는 아추미텍이라는 일본계 회사에서 근로자들이 5일째인 16일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급 1070위안을 1570위안으로 46%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기생산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혼다차는 이번 파업이 길어질 경우 중국 내 4개 완성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