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 통치로부터 물려받은 노동환경은 무력해진 법질서,경직적인 노동시장,그리고 늘어나는 청년실업이었다. 그래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도 절반이 지나간 지금 현 정부의 노동정책 성과는 무엇이며 집권 후반기 노동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짚어볼 때다.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노사관계의 기본질서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노사를 가리지 않고 엄정하게 다뤘다. 그리고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 결과 노사분규 기간이 대폭 단축됐고 불법은 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정치적 목적의 파업을 일삼는 노동조합은 위축되고 정당한 노동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들이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13년 동안 끌어왔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마무리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못한 숙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로써 현 정부는 행정적으로는 법질서 확립에 힘을 쏟았고 입법적으로는 새로운 질서체계를 만들었다. 이 분야에서 이룬 현재까지의 성과는 높이 평가돼야 하며 노동부,청와대 등 관련 정부부처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법질서 확립이란 업적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는 이뤄지지 않았고 정책적 노력도 부족했다.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것은 기간제 근로자의 기간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 시도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안될 경우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다소 과장됐던 정부 예측을 노동계와 야당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법 개정은 좌절됐다.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경직성 해소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이 노동시장 경직성인데 이를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 노동정책의 방향은 법질서를 더욱 확고하게 하면서 노동경직성을 완화해 청년일자리를 늘리는 쪽이 돼야 한다. 우선 이제 막 시행되고 있는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뒤엎으려는 노동계 일부와 야당의 조직적 움직임에 대해 새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여당은 적극적으로 대처해 모처럼 자리잡고 있는 법질서 체계를 강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에 관해서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전성(flexicurity) 제고를 정책목표로 삼고 입법적 행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금 ·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함께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는 정규직 과보호를 조장하는 현행 법을 바꾸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까닭은 생산성에 비해 인건비가 높은 데다 한번 뽑으면 내보낼 수 없는 고용경직성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만 모르는 척할 뿐 외국 기업인들은 다 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실천이다. 현 정부의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계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국회의 포퓰리즘적 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한마디로 말해 총대 메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유연성 제고는 중장기과제가 아니라 경제의 장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과제임을 이해시키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거친 욕설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집요하게 법 개정을 시도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각계의 지지와 후원을 엮는 전략적 노력도 필요하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