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의 온라인 게임업체 샨다는 지난달 말 미국 게임개발업체 모치미디어의 중국어판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치미디어를 8000만달러에 인수한 지 반년 만이다. 샨다가 올 들어서만 자회사들을 통해 인수한 국내외 기업이 4개사에 이른다. 1999년 설립된 샨다의 성장에는 늘 인수 · 합병(M&A)이 있었다. '미르의 전설' 등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대행 서비스한 덕에 중국 게임업계 상위권에 진입한 샨다가 추가 성장동력을 찾은 채널은 M&A였던 것이다.

샨다 홈페이지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가 설립 이후 10여년간 인수한 기업은 줄잡아 12개.매년 1개 이상의 M&A를 한 셈이다. 게임에서 출발했지만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로 온라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인터넷으로 샨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9억명에 이를 만큼 저변이 확대된 이유이기도 하다. 상하이 푸단대 출신으로 27세에 창업한 천톈차오 샨다 회장은 "샨다를 인터넷의 월트디즈니로 만드는 게 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천 회장이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택한 수단이 M&A였다. 여기엔 해외 증시에 잇달아 상장해 축적한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4년 나스닥에 상장한 샨다는 지난 2일 현재 시가총액이 23억8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 52억4000만위안(약 94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샨다는 또 지난해 온라인게임사업부를 분리해 샨다게임스라는 이름으로 나스닥에 상장시키면서 8억달러를 조달했다. 샨다게임스의 시총은 16억5300만달러에 달한다. 샨다가 한국 코스닥에 상장된 액토즈소프트를 2004년에,나스닥 상장 중국 게임업체인 화유세기를 지난해 인수한 것도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덕이 컸다.

샨다는 미 나스닥 상장업체란 명패를 내걸고 글로벌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샨다게임스는 올해 해외 매출을 지난해의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게임을 3분기 중 출시하기로 했다.

2005년 한국 정보기술(IT) 정책의 수장으로 샨다를 찾았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IPO도 아주 좋은 해외 마케팅"이라고 샨다를 높이 평가했었다. 진 전 장관과 동행했던 기자는 국내 게임업체도 나스닥에 가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그의 말을 기억한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 게임사는 웹젠과 그라비티 2곳뿐이다. 그나마 웹젠은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반면 "창유 자이언트인터렉티브 퍼펙트월드 더나인 등 중국의 10대 게임업체는 대부분 나스닥 상장사"(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일 만큼 중국 기업의 해외 IPO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나스닥 투자자들은 알까.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