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쥐를 이용해 조건반사 실험을 하던 심리학자 로버트 아더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면역기능이 억제되는 조건화를 오래 전에 한시적으로 형성했던 쥐가 나중에도 병에 잘 걸리고 잘 죽는 것이었다.

그러나 면역체계 연구자 중에서 면역학과 전혀 관계 없는 심리학자의 발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단 한 사람,니컬러스 코헨 박사만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코헨 박사는 아더 박사의 가설을 기꺼이 실험해 보기로 했고,두 사람의 협업으로 정신신경면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했다.

《이노베이션 킬러》는 이런 사례를 들며 아웃사이더를 활용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혁신이 필요하지만 인간의 속성 두 가지가 이를 어렵게 만든다. '집단 사고'와 '전문가 사고'다. 집단 사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두루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려는 성향이고,전문가 사고는 조직 내에서 또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성향이 우리를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의 틀 안으로 몰아넣는다고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짓밟히고,비약적 타개책은 묵살된다. 이미 아는 것과 원래 하던 방식에 의존한 채 변화와 위험의 부담을 무릅쓰지 않으면 진보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창적 사고를 수면 위로 띄우는 '무중력 사고자'가 해결사다. 여기서 중력이란 집단 사고와 전문가 사고가 끌어당기는 힘이고,무중력 사고자란 혁신의지를 죽이는 집단 사고와 전문가 사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조직의 영향력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조직의 목표는 공유하고 있으며,여러 곳에 흥미를 두고 다른 사람과 주변을 열린 마음으로 보는 사람,자기의 전문 분야가 있지만 하나의 중심점보다는 여러 교차점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팀 밖에서 구할 수도 있고 기업 내 다른 부서에서 찾을 수도 있다. 때로는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다른 기업과 인재 맞교환으로 아웃사이더를 모셔올 수도 있다. 이들은 조직 내 관행과 고정관념의 족쇄에서 멀리 벗어나 있으므로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고,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한다.

성공의 관건은 혁신과 지식(아는 것) 사이에서 균형 잡기다. 저자는 "우리가 아는 것의 무게는 혁신을 죽이기도 하지만 지원하기도 한다"며 "다만 위험한 것은 집착"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혁신적 사고를 끌어내는 것이 왜 어려운지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준다. 아울러 무중력 사고자의 세 가지 특징인 심리적 거리,르네상스적 성향,근접 전문성 등의 개념을 설명하고,무중력 사고자와 일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사회심리학,혁신,독창적 사고,조직관리,경제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동시에 각종 조사 결과,분석자료,사례 연구 등을 활용하고,저자 자신의 경험과 통찰까지 곁들여 혁신의 실질적 성공 지침을 제공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